이불은 욕심이다

나의 사전 100_ Day 32. 이불

by 수인살롱

이불은 욕심이다. 나는 살림살이에 큰 욕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이불욕심이 있다. 수면의 행복이 큰 나에게 이불은 보상이자 기쁨이다. 포근한 촉감, 바스락거리는 감촉, 세탁 후 뽀송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욕심 낸다 해서 이불이 많은건 아니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늘 목전까지 차있을 뿐이다. 이불은 부피가 커서 하나 둘 늘어나면 짐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이불 하나에 커버를 여러 개 둔다. 매주 이불과 베개 커버를 바꾼다. 빨래 부피도 줄고, 침실 분위기도 새로워진다. 소유는 최소로, 기쁨은 그대로. 꽤 영리한 타협이다.


갖고 싶은 책은 왜 그리도 많은지. 서점에 들르면 손이 바빠지고, 장바구니는 금세 묵직해진다. 책 역시 공간을 차지한다. 어느 순간 사람이 사는 집인지, 책을 모시고 사는 집인지 헷갈릴 지경이 된다. 그래서 가급적 도서관을 이용한다. 빌려 읽고, 충분히 곱씹고, 다시 돌려보낸다. 소유하지 않아도 배움은 남는다.


이불 커버를 바꿔 이불 욕심을 다독이듯,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책 욕심을 다독인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 기쁨은 여전하다. 욕심을 없애는 대신, 다루는 법을 배운다. 뜻이 있다면 길은 언제든지 열린다. 꿩 먹고 알 먹고, 가재 잡고 도랑 치는 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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