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동그라미 42개. 6주 완주

by 수인살롱

6주 글쓰기 프로젝트가 오늘로 끝난다. 하루에 하나씩, 총 42개의 글을 썼다. 달력에 볼펜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하나씩 남겨 42칸을 채웠다. 아직 퇴고가 남아 있다. 지금은 요리를 위한 기본 재료 손질을 끝낸 수준이다. 이제 다듬고, 덜어내고, 다시 익혀야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냉장고 속 재료는 가득 채웠다. 아무것도 없는 빈 도마 앞에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손질해야 하나 막막해하던 시간은 지났다.

퇴고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아직 남아있고,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 완성이 아니라 과정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퇴고가 남아있어서 마음 한편에 한 평짜리 여유 공간이 생긴 것 같다. 다 끝내야 한다는 압박 대신, 고쳐나갈 수 있다는 숨통이 트인다.

나는 꾸준함이 늘 약했다. 시작은 잘하지만 끝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도, 공부도, 사랑도 그랬다. 거의 다 왔는데 마지막 한 걸음을 떼지 못하고 돌아선 적이 많다. 2%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6주간의 글쓰기는 처음으로 ‘끝’까지 가 본 경험이다.

누군가에게는 6주가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몇 년째 매일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애송이다. 그렇지만 이 42개의 글은 남과 비교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얻은 성과이고 기록이다.

매일 쓰겠다고 마음먹고, 피곤한 날에도 충혈된 눈으로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무엇을 써야 할 지 몰라 멍하게 앉아 있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때문에 속이 상하기도 했다. 술술 잘 쓰여지는 날도 있고, 억지로 채운 날도 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나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나는 끝까지 못 하는 사람’이라는 오래된 자기 편견과 정의를 바꾸게되었다.

42개의 글은 아직 작품이라 부르기엔 거칠고 부족하다. 이 거친 재료를 다시 읽고, 덜어내고, 다듬어서 한 권의 전자책으로 묶어낼 생각이다. 급하게 불을 올리지 않고, 주물냄비에 천천히 약한불로 열을 가하듯이 맛을 보며 완성하고 싶다. 이번에는 2%를 남겨두지 않고 마침표를 찍을것이다.

6주간 꾸준히 한발한발 나아간 나 자신을 조용히 그러나 격하게 칭찬한다. 유난 떨지 않고, 그렇다고 축소하지도 않으면서. 6주를 채운 사람이라고. 작은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꾸준함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하루를 쌓는 선택이라는 걸 배웠다. 달력 속 42개의 동그라미 표시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너도 끝까지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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