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와우이츠 5천원 쿠폰이 생겼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슈지만, 솔직히 나는 여전히 쿠팡을 쓰고 있다. 빠른 배송에 이미 익숙해졌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습관처럼 쿠팡 앱을 연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하지만, 내 일상에는 딱히 달라진 점이 없다. 불편함도,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나 싶을 만큼 조용했다. “내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나 보다.” 이런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 어쩌면 이미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란, 보호받아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공공재처럼 흘러다니는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AI 알고리즘이 방금 나눈 대화를 반영해 물건을 추천하는 걸 보면, 세상에 더 이상 비밀이란 없는 것 같다.
쿠팡의 이번 대응이 아쉬운 점도 분명 있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나는 결국 5천원 쿠폰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주말은 원래 집밥을 해 먹는다. 주중에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주말은 부엌에 서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5천원 할인 쿠폰도 생겼는데, 뭐 시켜 먹을까?”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민했다. 한식, 일식, 중식, 분식… 선택지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진지하게 무언가를 고민한 게 언제였나 싶어, 그 과정이 괜히 웃음이 났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메뉴는 감자탕. 감자탕을 고른 이유는 아이들 입맛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고, 한 냄비에 둘러앉아 먹기 좋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물 있는 음식’이 주는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배달 음식이지만 집밥과 닮은 메뉴를 고르고 싶었다.5천원 쿠폰을 꼭 써야 한다는 사명감에 결국 4만원을 결제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순간이었다.
감자탕의 ‘감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땅에서 나는 감자(포테이토)가 아니다. 돼지의 등뼈를 예전에는 ‘감자뼈’ 혹은 ‘감자’라고 불렀고, 그 뼈를 푹 고아 만든 탕이라 감자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그래서 감자탕의 주인공은 감자가 아니라 진득하게 고아낸 돼지 등뼈다. 큼직한 뼈 사이사이에 붙은 살코기와 진하게 우러난 국물, 여기에 들깨가루와 시래기, 얼큰한 양념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감자탕이 완성된다.
조리되지 않은 상태로 주문한 감자탕은 배달이 유난히 빨랐다. 냄비를 올리고 끓이기 시작하자 집 안에 구수하고 얼큰한 냄새가 퍼졌다. 국물은 텁텁하지 않고 깊었고, 들깨의 고소함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줬다. 살코기는 젓가락만 대도 뼈에서 술술 발라졌고, 국물에 밥을 말아 한 숟갈 뜨니 괜히 말이 없어졌다. ‘아, 이래서 감자탕이지’ 싶은 맛이었다.
그런데 맛있게 먹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가족에게 건강한 집밥 한 끼를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 괜히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한 직무유기를 한 것 같은 기분. 그리고 5천원을 아끼려다 4만원을 쓴 소비에 대한 소소한 후회. 식사를 마치고 남은 일회용 포장 용기들이 한가득 쌓여 있는 걸 보니, 이번엔 환경에 대한 죄책감까지 들었다.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고 용기를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 분리수거를 했다.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5천원 쿠폰에 현혹되어 시킨 감자탕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가족이 둘러앉아 국물 한 숟갈 더 뜨고, 고기 하나 더건져 먹으려 아웅다웅하며 웃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는 식사였다. 마음 한구석에 남은 죄책감은, 아직 내 안에 눈꼽만 한 도덕성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좋게 해석해 본다. 오늘의 이 작은 해프닝은 내일의 내가 조금은 더 현명하게 소비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 하나의 기억으로 기록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