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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딸깍이 Nov 11. 2024

내 삶의 희망, 로또

/ 사춘기라는 선물 /

한때는 집사님으로 살았던 나였다.

잠시 믿음 생활을 접고 지내던 어느 날 친구가 용하다며 점집을 소개해줬다.

부담 갖지 말고 가보라는 친구말에 마음 한편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 그런 곳은 어떤 느낌일까, 재미 삼아 한번 가볼까.’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좋은 말만 새겨듣고 오리라.’

‘무당이 권하는 제사 같은 건 지내지 않으리.’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별다른 기대 없이 찾아간 내게 무당이 "아이고, 이 분 올해 로또운이 있네."라고

말했다. 이후의 뒷얘기들은 내 귀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고,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 내 가슴은 쉼 없이 기쁨의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 로또 당첨이라니, 이것은 운명이야.’


“ You’re my Destiny~!”



그 길로 나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로또를 사러 복권방을 들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가진 채 긴 줄을 만들고 있었고, 그 속에 나도 한줄기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외쳤다. 

“자동 5천 원이요.”

주말 저녁, 결과는 나에게 실망만을 안겨줬고, '아쉽게도 낙첨되었습니다.'라는 차가운 문구와 무당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슬픈 현실을 맞이했다. 그럴 줄 알면서도 밀려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더니….'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희망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러나 문득, 어쩌면 나는 이미 인생의 로또를 맞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도 끝에 운명적으로 만난 나의 보물이자 기적 같은, 사춘기 쌍둥이 딸이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매일매일 새로운 얼굴로 나를 찾아오는 두 딸의 변화를 보며, 내가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최고의 당첨을 이룬 것은 아닐까 싶었다.  


#첫번째 당첨 : 숙녀가 된 딸

며칠 전, 언니둥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나 생리 시작했어."

“정말? 우와~ 우리 딸 이제 숙녀가 다 됐네, 축하해. 이따 집에서 파티하자.”

조심스럽게 전하는 딸의 목소리에 순간 나 역시 뭔지 모를 뭉클함과 설렘으로 축하를 건넸다. 

딸이 스스로의 변화를 용기 내어 알려주고 싶어 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퇴근 후, 작은 케이크와 꽃다발로 초경 파티를 준비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파티 타임.

딸의 첫 생리를 축하하며, 그녀의 성숙을 응원했다.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자랑하는 딸의 모습 속에서 요즘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엄마 때는 생리 시작하고 그러면 쉬쉬하고, 눈치 보고 그랬는데, 너네는 정말 다르구나!” 

딸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애들끼리 이렇게 자랑하고 공유해, 먼저 하는 사람이 언니야.”

딸의 성장에 내가 함께 동참하며, 그녀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그 모습을 보니 마치 내 인생의 로또 번호를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행복했다. 


##두번째 당첨 : 여자의 변신은 무죄

조용했던 딸들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야~ 이게 뭐야, 아이라인이 짝짝이잖아?”

“기다려봐, 수정해 줄게.”

“니들 뭐 하고 있어?”

“엄마, 우리 10대야, 요즘 애들 다하고 다녀. 나도 화장하니까 좀 괜찮지 않아?”

방문을 활짝 열었더니 내 화장품 파우치를 가져다 분장인지 화장인지 모를 꽃단장을 하고 있는 딸들의 모습이 보였다. ‘초딩들이 무슨 화장이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마음 깊숙이 꾹꾹 눌러 담았다.

이제 아이들의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하기에.


“엄마가 쏜다, 가자, 올영으로! 2차는 다이소다.”

“오~ (엄지척) 짠순이 엄마가 어쩐 일이야.” 


예전 같으면 혼을 내거나 못하게 했을 화장도, 이제는 사춘기를 맞이한 딸들의 세계를 존중하고 그들만의 취향과 개성을 이해해주기로 했다. 이런 딸들의 변화 덕분에 나도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으니, 진정 매일매일이 새로운 당첨의 순간이리라.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들은 사춘기로 접어들며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아이들의 사춘기가 단순히 몸의 변화를 넘어 감정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 가는,

그들만의 설렘 가득한 시간이길 바라본다. 그리고 그 곁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나의 시간 또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길. 마치, 이번주에 내가 산 5천 원짜리 로또가 1등이 될 것만 같은 기대와 설렘처럼 말이다. 


사춘기를 ‘삶이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선물 중 하나’라고 했던가. 자연스러운 딸들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내 삶 속에서 이미 로또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딸들과 함께 나도 엄마로서 함께 성장하고 성숙하게 그 곁을 지키는 선물 같은 삶! 어쩌면 그 자체가 진정한 나만의 로또당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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