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Black, 조금 양보하면 무채색

by 뚜작

검은 OOO, 블랙 OOO

내 이름 앞에는 종종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검정, 그레이, 하얀색. 무채색 톤의 옷을 즐겨 입는 엄마 영향을 받은 것인지. 나 역시 무채색 톤의 옷을 즐겨 입는데, 그중 단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검정이다.


학생 때도 그러했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에 속하면서 시작한 일의 특성도 한몫을 했다.

아예 검은색으로 특정해서 입어야 하는 때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옷장은 점점 검게 물들었다. 같은 검정이여도 약간의 디테일이 달랐고, 마음에 든 티셔츠는 여러 장 구매하기도 했다.

검정 패딩은 롱패딩, 숏패딩 등 이미 여러 개가 있고, 검정 코트, 재킷 등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 구매해서 애착 외투처럼 입고 다니던 야상이 낡자, 이제는 유행이 다 지나 찾기 힘든 옷을 찾아서 구매하기도 했다. 검정 양말은 매년 한 무더기를 산다.

운동화 역시 마찬가지다. 올 블랙으로 입고 출근하는 일이 많기에 신발 역시 그러했다. 약간 밝아도 금방 때가타니 검정이 제격이었다. 운동할 때 입는 레깅스나 트레이닝 복도 검정, 러닝화도 검정이다.

옷과 신발이 이러하니 모자, 가방 등은 물론이다.


내가 검정이 많다는 것을 인식한 것만 쳐도 10년은 넘은 것 같다.

언제 부턴가는 검정을 좋아하는 걸 인정하고 사 모으기도 했다. 덕분에 검정 액세서리나 소품 등도 꽤 있다. 주기적으로 미용실에서 블랙으로 머리를 염색하던 시절도 있고, 결혼할 때는 블랙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찾았다. (집 인테리어도 블랙톤으로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건 실패했다^^) 검정 인테리어, 검정 음료 등으로 가득한 블랙카페를 찾아가 보기도 했고, 겨울이면 검은색 침구세트로 침실을 바꾸는 건 아직도 하고 있는 루틴이다.


검정을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개월 전부터다.

일을 그만두고, 굳이 검정 옷을 즐겨 입지 않아도 되었지만 많은 것이 검정이니 어쩔 수 없이 검정을 입고 다녔다.

변화가 필요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기분이 그랬다. 그 이후로 새로운 무언가를 살 때면 가급적 검정을 피하려 노력하고, 올블랙 차림을 하더라도 신발, 가방, 등의 다른 아이템에 컬러감을 주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매일 일에 치이는 어두운 세상 속에 있던 내가,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블랙을 좋아하지만,

점차 다른 색의 매력을 찾아가고 있는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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