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는 초콜릿

by 뚜작

”너한테 초콜릿 선물한 거 누구냐?“


나한테 초콜릿을 건네는 사람은 나랑 안 친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내 주변사람들에게는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파다하다.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남은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꽤 어릴 때부터 인 건 분명하다.


특별히 초콜릿을 주는 이벤트 데이가 있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가 대표적인데, 나에겐 모순적인 날이다. 무언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참 좋은데, 받은 선물을 내가 직접 먹지는 않기에.

그런 날들이 오면 우리 가족, 특히 엄마가 좋아했다. 빼빼로로 만들어진 대형하트를 들고 오거나, 페레**쉐 로 만들어진 초콜릿 다발을 들고 귀가한 날이면 특히 밝게 미소 지으며 건네받던 엄마 얼굴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초콜릿을 싫어하는 게 유전도 아닌 것이, 아빠, 엄마, 심지어 동생도 초콜릿을 잘 먹는다.

초코빵, 초코과자, 초콜릿, 초코우유, 초코음료 등 유독 나만 기피하게 된 이유는 뭘까?


초콜릿이 싫은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달아서이다.

유독 달달한 걸 즐겨 찾지는 않았다. 찜질방에서도 식혜 대신 칡즙을 마셨고, 주스보다는 커피, 사이다보다는 탄산수, 딸기 요거트 보다는 플레인 요거트를 선호한다.

초코 묻은 과자는 손이 안 가고, 제크, 아이비, 포카칩 등의 짭짤한 과자를 좋아한다.

핫초코, 초코라떼, 한때 유행처럼 시켜 먹었던 자바*프라푸치노 등 도 주문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아몬*봉*, 엄마는*계* 등의 인기 맛들도 나에게는 정말 불호다.

달달한 걸 좋아하지 않아서 친구들과 카페 등을 가더라도 디저트에 포크가 잘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초코케이크나 초코빵 등을 아예 구매도 안 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친구들에게 그냥 초코케이크를 주문해서 먹으라고 한다. (당근케이크 짱!)


또 하나의 이유는 식감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그 스무스한 식감이 꺼려졌다. (그런데 또 치즈는 좋아한다. 나도 날 모르겠네.)

초콜릿이 살짝 녹았을 때의 그 느낌도 불호다. 그래서 굳이 먹어야 한다면 크런키, 누드빼빼로 등 씹는 식감이 많은 초코를 먹어 왔다.

그러고 보니 단 걸 싫어한다면서 사탕 등은 잘 먹어왔다. 나에겐 초콜릿 < 사탕이다. (물론 사탕도 편식이 심해서 누룽지, 박하, 계피, 레몬 사탕 등을 완전 선호한다!)


이런 나에게 요즘 초코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내가 다가가는 건지 초코가 다가오는 건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먼저 초콜릿을 찾을 때도 있다, 머리가 핑 도는 때 이다.

가방에 달고 다니는 사탕주머니가 하나 있다. 이 안에는 레몬 사탕, 과일 사탕, 포도당 캔디 등이 들어있는데, 언젠가부터 여기에 초콜릿을 하나씩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머리가 핑 도는 건 사탕으로 되는데, ‘아 이건 진짜 안 되겠다.’ 싶을 때는 초콜릿이 효과가 좋다.

지금은 덜하지만 바쁜 업종에서 밤낮 구분 없이 일할 때는 꽤 자주 그 순간을 마주했다. 그때마다 사탕보다는 초콜릿이 직빵이었다.

그동안 초콜릿을 안 먹어 온 것을 여기서 보상받듯이, 내 몸은 마치 ‘너에겐 초콜릿 내성이 없어! 그래서 효과가 아주 빠르고 크게 나타나지!‘라고 말하듯 온몸으로 흡수해서 나를 살려냈다.

이보다 더 심할 때는 현장에서 근무하며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인데, 그때는 초코과자에 손을 뻗었다. 초코쿠키에서 시작해서 몽쉘 등의 초코빵도 일하는 동안에는 나에겐 매우 든든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너 지금 초코 먹어!’라는 신호가 오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내 손에 쥐어지는 초콜릿 입장에서는 꽤나 난감한 일이었다.

초콜릿으로서의 역할(예를 들면, 달달한 맛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거나 같은?)을 다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친분이 깊지 않은 사이에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 중 하나가 초콜릿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집에 꼭 초콜릿이 몇 개씩 있었는데, 혼자 살 때는 어딘가 놨다가 유통기한이 훨씬 지나고서야 발견한 적도 꽤 많았다. 그 때문에 어느 순간 초콜릿을 냉동실에 쌓아두곤 했는데, 그러다가 이사 갈 때면 다 같이 버려진다. 물론, 지금 냉장고에도 있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누군가를 만날 때나 본가에 갈 때 그동안 받은 초콜릿을 한 다발 들고 가기도 했다.

아, 갑자기 20대에 만났던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위에서 언급했던 페레**쉐 초콜릿 다발을 선물했던 친구다.)

꽤 고심해서 멋진 선물을 사 온 걸 텐데, 난 사물함 안에 든 초콜릿 다발을 본 순간 사물함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나도 모르게 방어기제처럼 나온 행동이지만 그때 일은 다시 한번 사과하고 싶다. (ㅎㅎ)


살면서 나처럼 초코를 잘 안 먹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사람들은 초코를 좋아한다는 거겠지.

나도 요즘에는 현장일도 안 하고 힘든 것도 없는데, 그래도 간혹 초코에 손을 댄다.

내 맨 위 서랍에는 지금도 초코파이 하나가 들어있다. 언제 먹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왠지 넣어두고 싶어서 하나 쟁여두었다.


이렇게 하나씩 가까워지는 거겠지.


언젠가 내 손과 내 돈으로 초코케이크를 사는 날이 오면,

그때는 꼭 큰 별과 함께 기념일로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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