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우리 가족은 아빠, 엄마, 남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절에도 혼자 제사를 지내야 하는 외동인 아빠로 인하여 어린 시절 명절을 떠올리면, 명절 당일 전날에 4명이서 장을 보러 갔던 것.
집으로 돌아와 각자 역할에 맞춰 명절 음식을 만들었던 것. 그날 저녁은 남은 계란물로 대형 계란 전을 만들고, 갓 만든 전들로 저녁식사를 했던 것.
연휴가 길면 근교 당일치기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갔다가 외식을 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명절 당일 오전까지의 기억만 보면 4명이서 소소하게 즐겨온 것 같지만, 당일 오후가 되면 우리 4명은 하나의 커다란 무리에 속하게 된다.
6자매와 함께 자라 온 엄마 덕분에 외갓집은 늘 북적북적하다. 6자매가 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으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소파, 의자, 침대 위 등 어딘가 엉덩이를 대고 앉거나 누울 곳을 늘 누군가 차지하고 있고, 주방에는 각 집안에서 1명씩 움직이는 정도이다.
설날에 세배한번 하려면 1조, 2조, 3조 등 나눠서 진행하는 건 기본이고
밥 한번 먹으려면 기본 상이 3개부터 시작에 똑같은 반찬도 4-6개 그릇은 담아내어야 모두가 편하게 젓가락이 닿을 수 있다.
할머니와 6딸들이 진두지휘하던 주방은 몇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로, 큰 이모가 대장 자리를 이어받았고, 언니라인의 이모들이 그 뒤를 뒷받침한다.
이제는 자녀들도 다들 성인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찾아간다.
상을 펴고, 행주로 한번 닦고, 수저를 세팅하고, 반찬 등을 배달하고, 상이 차려지는 대로 역할을 찾지 못한 애들은 일단 앉혀서 먹이거나
주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모들을 억지로 끌고 나와 상 앞에 앉히는 등 다들 움직임이 분주하다.
상을 3개를 차려도 모든 사람이 동시에 식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빠르게 먹고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 타이밍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다들 큰 불편함 없이 세팅과 식사, 그리고 정리를 자연스럽게 바통터치하고 있다.
특히나 설거지를 도맡아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얘네들은 이제 본인의 역할을 설거지로 고정한 건지 명절만 되면 설거지에서 빠져나오질 않는다.
대가족인 만큼 한번 설거지에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닦는 대로 계속 닦을게 생기기 때문에,
누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누군가는 빈 그릇을 가져오고 누군가는 음식물을 모으고 누군가는 남은 명절음식들을 각 집이 가져갈 수 있게 분배를 시작한다.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 인간 자동화 같은 대가족 풍경을 보고 있으면, 꽤 재미있다.
4명이서 살다가 일 년에 2번 확실히 대가족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풍을 온 듯, 아니면 어딘가 박물관에 간 것처럼 나에겐 굉장히 즐거운 순간이다.
이런 대가족 체험을 즐기던 내가 대가족 안에 한 명을 데려왔다. 바로 얼마 전 결혼 한 내 남편이다.
남편 역시 명절에는 4인 가족이 지내는 게 일상이었으나, 친척들을 만나러 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너무 타지에 살고 계시기도 하고 원래도 잘 모이지는 않는 가족문화인 듯했다.
그런 핵가족에 익숙한 이에게, 우리의 대가족은 꽤나 큰 충격과 신선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첫 방문에, 누군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일어나서 인사를 하느라 무릎이 나갈 뻔했다는 말을 남겼고, 누가 누구인지 외우는 것도 각 잡고 진행해야 했다.
이모1, 이모부1, 첫째이모네 자식 첫째 누구, 둘째 누구,, 를 시작으로 이모6, 이모부6, 막내이모네 첫째 누구, 둘째 누구까지.. 심지어 우리는 간혹 이모할머니와 이모할아버지도 함께 모이는데, 이모할머니의 자식인 외삼촌들까지,, 계속 가지를 치고 가면 끝이 없다.
저녁을 다 먹고 나면 각 파트별로 나눠서 2차를 나가곤 한다.
이모부들 파트는 당구&음주, 이모들 파트와 아이들 파트는 카페(각 파트 별로 다른 카페를 간다.)
드디어 대가족 무리를 빠져나와 파트로 나눠졌을 때, 남편은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다 맞춰보기 시작했고, 다 맞췄을 때는 오~ 하는 감탄사를 들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즐거웠던 대가족 체험에서, 첫 체험을 온 남편의 반응까지 보니 더 재밌는 체험학습이 되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또 하나 둘 새로운 인원들이 추가될 텐데, 그때마다 더 재밌는 대가족이 될 것 같다.
기대되네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