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적으로 '사랑'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계절별로 다양한 인연들을 짧고 길게 스쳐가며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전해 듣게 된다. 그렇게 내가 질문을 할 때도 있고, 또 자연히 질문을 받기도 한다.
영화사에서 일하는 신부님의 결혼을 준비해드리고 있던 때였다. 나의 신부님도 주말에 더 바쁜 일상을 사신다고 하셨고, 우리는 그런 서로를 안타까워하며 비교적 한가한 주중 오후에 일정 의논을 핑계 삼아 따뜻한 커피와 함께 시간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결혼에 대한 주제로 자연히 대화가 흘렀다.
"플래너님. 저는요, 사실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만났던 사람은 소위 말하는 쓰레기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조용하게 내뱉는 신부님의 이야기가 적잖게 놀랐다. 쓰레기라니. 도대체 어떤 연애를 했기에.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그냥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너무 별로인 상황이 펼쳐지고, 내가 나를 학대하는 지경에 이르니까, 그냥 내 팔자가 그렇구나 하고 일에만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정말로 아무도 만나지 못할 팔자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을 만났어요. 처음엔 소개였는데요, 그것도 소개팅은 아니었고 그냥 식사 자리였어요. 이 전의 연애가 너무 힘들었어서 이 사람 많이 밀어내기도 하고요. 또 상처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모르겠어요. 정말로 자연스러웠어요 모든 과정이. 이렇게 평온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요. 그냥 자연스럽게 결혼이란 걸 하게 되겠구나 내가 하고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플래너님 앞에 앉아있어요."
그렇게 담담히 우리는 서로의 연애를 털어놓으며 맞다 맞다를 연신 발언하며 각자를 위로했다. 마음이 편안한 지금은 참 다행이라며.
사랑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자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써 보편적이고 인격적인 교제 그리고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한다. 인격적인 교제라. 이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인격적이지 않은 교제'를 보는 경우를 다양한 사례로 접했고 그 끝이 다다른 길이란, 결국 '파혼'의 길로 마무리되는걸 너무나 많이 보았다. 사랑의 언어가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다니. 폭언과 더불어 물리적 폭행과 다름없는 행위들을 어쩔 수 없이 바라보아야 할 때가 넘쳐흘렀다.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서는, 그저 지레짐작 사랑에는 분명히 유효기간이 있다고 믿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한 어머님이 해 주신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드레스 일정을 마치고 해주신 말씀이었는데, 그 말씀이란 이랬다. 언젠가 분명히 마음을 뉘이고 싶은 상대가 찾아올 거라고. 설레는 감정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때는 주저하지 않게 된다고.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을 통해서,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게 될 때가 많았다. 그건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왜냐면, 두 사람의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도 어려운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서 저럴 거면 난 결혼은 잘 모르겠다며 그 자체에 부정적 감정에 가깝게 맞닿을 때도 있었다. 가끔 누군가, 수정 씨는 결혼에 관련한 직업이니까 예쁜 것만 보겠어요 물어 올 때면 그렇지 않다고, 별로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져 간다고 대꾸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따금 이렇게, 마법같이 행복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냥 그대로 편안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때마다 다시금 사랑이라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따뜻한 감정 대하여 슬그머니 꿈꾸어 보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내가 담당하는 사람들의 사랑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며 무사히 종착역에 도착하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도 그렇게 모든 계절을 내어주고 싶게 되는, 그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펼쳐질까 문득 연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