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었다. 콧노래가 나온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만 같은. 그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무엇을 해도 좋을 듯했다. 상쾌하고 산뜻했다. 도처가 만연히 맑았다. 하지만 이내 곧 장마가 찾아왔고,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하늘은 가끔씩 맑았지만 대체로 습한 날씨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의 어설픈 연애가 끝이 났다. 달큰했던 나의 봄이 끝났다.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지는 계절이 되었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동안에는 외면되었던 모든 문장들에게 무게를 덧 입히게 된다. 상대가 던진 활자들을 꼼꼼하게 다시 읽기 시작한다. 내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감정에 기대하다가 길게 상흔을 입는다. 하지만 그것들까지도 못내 긍정하다가, 결국엔 낭떠러지다. 생각해보면, 그 무렵의 나는 그렇게 능숙하게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면서도 그저 사랑 받고 싶어서는 어쩔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