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겠습니다.
- 해당 글은 11월 초에 작성되었으며, 저의 게으름으로 (..) 서랍에 숨어 있다가 늦게야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 5년 차.
몇 개월간의 고민 끝에 당시 다니던 회사인 렌딧 대표님께 아무래도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두 개의 회사에 다녔고 굉장히 다양한 일을 했으나 중심에는 "제품을 파는 일"이 있었다.
첫 번째 회사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였고, 난 제너럴 매니저라는 직함이었다. 말 그대로 디자인 빼고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했다. 디자이너만 있는 회사에서 시작했으니 디자인 빼고는 다 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주로 영업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국내 전시뿐 아니라 파리나 베이징, 상해, 이우 등 해외 및 국내 전시도 나가고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등 직접 가지 못하면 백업 자료를 준비했다. SM, YG,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굿즈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의 PM을 담당해서 커뮤니케이션했다. 그리고 세무회계, 정부지원사업, 인사 및 노무 등을 했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제너럴 하게 하는데, 딱히 잘하는 게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지인을 통해 렌딧을 알게 되었다. 당시 렌딧은 1년 정도 된 회사였다. 제너럴 하기보다는 좀 더 뾰족한 전문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직감이 아니라 숫자로 이야기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입사를 결정했다. 마케팅으로 지원을 했지만 운영에 TO가 있어서 운영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2년 좀 넘게 운영 업무를 했다. 카드를 쓰는 거야 알지, 금융의 금자로 몰랐는데 대출 심사로 업무를 시작했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대출 상담을 하게 되었다. 엑셀은 1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쿼리와 엑셀을 쓰며 운영 효율을 담당하고 액션플랜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장 득이 되었던 경험은 숫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2년이 좀 넘은 시간, 정말 재밌게 일했다. 같이 일했던, 능력 있고 성실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일하고 지하철로 걸어가며 캔맥주를 따고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매번 어떻게 더 잘할지를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주말근무나 야근이나 그런 워크 앤 발랜스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리는 매 순간이 챌린지였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다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앞으로 직무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이 쏠렸다. 운영 업무는 리스크를 헷지하고 효율화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좀 더 꼼꼼하고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데 훨씬 관심이 있었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에 있을 때 매 순간 새로운 일을 해서인지, 너무 재밌게 임할 수 있었으니까. 특히 대학생 때 '트렌드 인사이트'란 활동을 했는데, 마케팅이나 경영과 관련된 마이크로트렌드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얻어 글로 풀어가는 활동이었다. 그때 자연스럽게 광고나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오랜 고민과 책을 쓰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 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스스로 역량을 시험하는 시간을 가진 후, 렌딧 대표님께 말씀을 드렸다. 저는 아무래도 마케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스스로를 테스트하기 위해 독립 출판을 했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으며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성장하게 하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회사에서 직무 이동이 되지 않았지만, SJ가 알토스벤처를 통해 여러 회사를 소개해 주셨다. SJ 뿐만 아니라 렌딧의 많은 분들이 내 앞길을 걱정(?)하시며 술도 사주시고.. 일자리도 알아봐 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여러분 ㅠㅠ )
그렇게 아이디어스에 오게 되었다.
아이디어스에 오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브랜딩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였다. 회사에서 고민하는 To do는 모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다행히, 일을 하면서 일이 내게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의 들었다. 지난 5년 다양한 일을 하며 표류하다가 이제야 내일을 찾아구나 라는 생각.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고 "왜"이 브랜드가 흥하는가를 고민하고, "어떤 것"을 우리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이나 서점에 가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험을 우리 브랜드에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으니까. 핸드메이드 작가(아이디어스에서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시는 분들)를 만나 이야기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면서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는 내게 이 모든 것들을 업무시간에 해도 된다니.
렌딧에서 대출 심사역을 할 때의 내 직업을 "소비자에게 보다 쉽고 투명한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럼 단순히 심사를 잘 보는 영역에서 벗어나서 고객에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을지, 우리 상품에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다른 금융 상품은 어떤 게 있는지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객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때, 어느 때보다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
한 달 정도 일하면서 브랜딩이라는 업에 대해 정의한 점은 "우리 브랜드의 매력을 사방에 알리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브랜드의 열혈팬을 만드는 일이다. 또 신규 유저에게 아이디어스에 대해 아이디어스의 매력을 어필하는 일이다. 아이디어스는 재구매율이 상당히 높아 진성유저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이유]로 나 아이디어스를 좋아해!라고 아직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20-30대 여성을 제외하고는 아이디어스를 모르는 경우도 정말 많다. 새로운 타깃에게 우리 브랜드의 매력적인 포인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피드백을 해주는 사수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어떻게 잘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책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그것은 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