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퍼버법 수면교육에 실패했을까
우리는 당연히 ‘퍼버법’ 수면교육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퍼버법을 실행하기에 알맞은 개월이고 (6개월 이후), 이미 어느 정도 하루 일과가 정해진 상태이며, 드라마틱한 성공기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처참히 실패했다. 울다가 잠드는 시간은 첫째 날부터 셋째 날까지는 줄었지만 넷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점점 더 오래 걸렸다.
이틀 연속 늘어나는 시간을 보며 나는 이번 수면교육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했고 잠정적으로 퍼버법식 수면교육을 멈추기로 했다.
그리고 천천히 객관적으로 왜 우리가 수면교육에 실패했으며, 아이가 더 잠들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인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이때 여러 가지 책의 도움을 받았다.
<잘 자는 아이의 시간표>, <삐뽀삐뽀 119 소아과> , <느림보 수면교육>, <육아상담소 : 수면교육>,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위 책을 통해 우리가 실패한 이유를 파악해보았다.
첫째, 아이의 울음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했다.
가장 큰 실패 이유라고 보인다. 아이는 생후 3개월이면 부모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내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퍼버법 수면교육을 할 때는 단순히 아이가 우는 것을 참는게 아니라, 담대하고 단단하게 ‘이렇게 해야만 한다’를 알게해야 한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 하정훈 선생님의 카시트 예시가 와닿았다. 카시트를 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나도 같이 울면서 “카시트 타기 힘들지 ㅠㅠ 어뜨케 ㅠㅠ“ 하고 있기보다, 부모가 확신을 가지고 확고한 언어로 “카시트는 너의 안전을 위해서 꼭 타야 하는 거야”라고 가르치는 것처럼. 나는 “카시트 타기 싫지 ㅠㅠ, 우리 아가 ㅠㅠ” 하면서 같이 우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는 헷갈렸을 것 같다.
둘째, 26주 원더 윅스를 고려하지 못했다.
대다수 책에서 6개월 이후에 퍼버법을 추천했기 때문에 원더 웍스는 생각지도 못했다. 마침 우리가 퍼버법을 실행했던 게 25주쯤 됐고 이쯤 원더 윅스가 있었다. 이쯤 아기는 슬슬 엄마를 알아가고, 엄마 껌딱지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원더 윅스때는 부모가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혼자 두고 울게 했으니 타이밍이 좀 아쉽다.
셋째, 변해가는 밤잠, 낮잠 시간을 고려하지 못했다
신생아 때 수면교육을 했기 때문에 그 패턴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5개월쯤부터 낮잠이 확실히 줄어든 것을 느끼긴 했다.
실제로 아이 일상 패턴 기록 앱 ‘삐요로그’를 통해 아이 수면과 수유 일지를 작성해보니 아이가 밤잠을 좀 많이 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7시에 자면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중간에 수유로 2-3번 깼다) 그럼 밤잠에만 14시간을 잔 건데... <육아상담소 수면교육> 책에 나와있는 리처드 퍼버 박사의 아이의 권장 수면시간이 15시간인 것을 보면 낮잠을 2-3번씩 자는데도 여전히 밤잠을 너무 많이 재웠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우리 부부가 아침을 늦게 시작하다 보니 암막커튼을 치고 자는데, 같은 방을 쓰는 아이까지 아침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 아이는 이제 신생아 때보다 잠이 줄어든 상황인데도, 여전히 비슷한 시간을 자게 됐다. 게다가 밤잠을 너무 많이 자서 낮잠을 자기에 힘들었을 거고, 낮잠을 충분히 못 자면 피곤이 쌓여 저녁잠을 들기에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했을까?
첫째, 적당한 수면과 수유 시간이 되도록 아이와 부부에게 맞는 일과표를 만들었다.
우리 부부의 수면 스케줄에 맞춰 아이의 취침과 기상을 밤 8시~ 오전 8시로 바꿨다.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다 보니 암막커튼을 사용했는데 아이가 해가 뜰 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암막커튼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8시가 되기 전 훤할 때 같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모유수유를 진행 중에 있지만 수유 시간을 4시간 텀으로 지킬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 사항은 이후에 아이에 맞춰 수정된다
사실 수유는 따로 기록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냥 아이가 원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주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았으니 2-3시간에 한 번씩 줬던 것 같다.
시간표대로 실행하며 기록했더니 이유식을 아직 먹지 않는 오후 시간이 될수록 2-3시간 단위로 우유를 찾는 것을 알게 됐다. 아침 이유식을 할 때는 4시간 텀으로 먹었지만 오후가 되면 다시 3시간 텀으로 우유를 찾아서 어쩔 수 없이 모유 패턴은 아이가 원하는 시간마다 주는 것으로 바꾸었다. 이 간격은 어후에도 이유식을 주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 같다.
둘째, 마지막 수유는 잠자기 전에 한다.
책 <잘 자는 아기들의 시간표>에서도 수면 프로세스 진행 후 막수를 했다. 대신 아이를 깨워서 충분히 먹인다. 최대한 트림도 시켜 눕혔을 때는 깨어있는 상태가 되도록 했다.
생후 6개월 수면 프로세스 : 얼굴, 손, 발 씻기 > 코에 피지오머 뿌리기 > 이 닦기 > 로션 바르기 > 기저귀 갈기 > 수면 조끼 입기 > 마지막 수유 하기 > 자장가 틀어주며 옆에서 지켜보기
가끔 젖물잠 버릇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곧 단유를 할 예정이니 그때 상황에 따라 수면 의식 순서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가능한 늦게 우유를 먹여서 최대한 늦게 첫 수유를 하는게 현재로서는 중요해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서 중간중간 깼을 때는 최대한 재우고 더 이상 달래지지 않을 때만 우유를 허기를 달랠 정도만 줬더니 이제는 8시쯤 자면 4-5시쯤 일어나 우유를 먹고 다시 오전 8시까지 곤히 잘 수 있게 됐다.
결국 아이는 새로운 일정에 적응을 하면서 다시 잘 자고 있다.
예전만큼 쪽쪽이가 강력한 수면 연상으로 작용해 3초 컷으로 잠들지는 못하는 점, 낮잠을 한 시간씩 잠들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특히 낮잠은 30분만 자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총 수면 시간이 14시간 정도로 짧지는 않아서 이렇게 유지할 예정이다.
이번에 수면교육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아이의 경우 울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보다는 울음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거다. 퍼버법을 실행한 이후 꼭 밤에 두 번씩 울면서 깨는데, 울었던 날들이 지속되니 버릇이 된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나는 밤이든 낮이든 좀 칭얼거리면 몇 번 들어 올려 놀아주다 재운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꺌꺌 웃고 신나게 놀다가 곧 곯아떨어진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이 맞는 말 같다.
아 물론, 이렇게 큰 거사를 치른 후 설날에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게 되니 또 수면 패턴이 깨질 듯싶지만, 어쨌든 아이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됐고 공부도 많이 했으니 다시 천천히 시도해봐야겠다.
알아보니 잠 퇴행 시기는 커가면서 계속 있는 일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수면 교육도 언젠가는 익숙해져 편하게 밤잠을 자게 되다가도 또 언젠가는 퇴행을 맞이해 새로운 스케줄에 적응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과거의 기록을 보며, 또 지금의 내 아이를 보며 아이에게 현명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지난하고 지난했던 수면교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