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Feb 05. 2022

말로만 듣던 젖몸살에 걸리다니

고열 때문에 코로나인 줄 알았다.

3주 전에 유두 백반이 생겨 젖을 물리면 가슴이 아프곤 했다. 그러나 독박 육아인 나는 병원에 가는 사치를 부리기엔 여유가 없어서 손톱으로 떼어버렸다.


당연히 상처가 생겼고, 치유되는 과정에서 좀 아팠지만 어찌어찌 상처도 아물었기에 그 일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했고, 밤중 수유도 거의 하지 않아서 오후 8시부터 아침 10시 사이 즉 14시간 동안 두 번의 수유가 전부였다. 그것도 두 번째 수유는 아침 10시 이유식 이후였기 때문에 모유가 완전히 비워지진 않았다.


그렇게 귀성길 전날이 되었고, 남편과 육퇴 후 새벽까지 거하게 여러 메뉴를 먹으며 배를 퉁퉁 두드리고 새벽 일찍 출발해 엄마 집에 도착했다. 아침을 먹은 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바로 잠에 빠졌다.


그렇게 잠에서 깼는데 온몸에 열이 끓었다. 온도계를 보니 39도를 넘었다. 다시 재봐도 온도는 그대로였다.


코로나인가?


옆에는 나랑 매일 붙어있는 아이가 곤히 자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아이의 온도를 쟀는데 아이는 정상체온이었다. 남편을 불러 남편 체온도 쟀는데 정상이었다.

그리고 심란해졌다. 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신데 어쩌지, 아이가 걸리면 어쩌지. 혹시 코로나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머릿속이 복잡했다.


거실에 계시는 부모님께 마스크를 쓰시라고 하고, 당장 검사가 가능한 선별 진료소를 알아봤다.

남편 차를 타고 검사를 받으러 갔다. 자가 키트로 검사를 진행했던 첫날이라 검사 결과가 바로 나왔다.


결과는 둘 다 음성.

그래도 열이 내리질 않아 집으로 돌아가 타이레놀을 먹고 잤더니 하룻밤 사이에 괜찮아졌다. 그러나 이상했다. 지난 2년간 출산 외에 이렇게 열이 나고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 백신을 맞을 때도 한번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열이 났으며, 왜 온몸이 몸살처럼 아팠을까?


그러다가 가슴이 조금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설마 이게 젖몸살인가?


젖몸살이 걸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유기나 신생아 때 젖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거나, 엄마가 고칼로리의 음식을 과식해서 먹고 수분은 적당량을 섭취하지 않는다거나, 유두에 상처가 나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한다거나, 피곤해서.


나는 위의 모든 것이 해당되었다. 이유식을 시작해 모유가 배출되는 텀이 길어졌고, 귀성길 전날 엄청난 고칼로리 음식으로 과식을 했으며, 수분 섭취는 한참 부족했고, 유두 백반을 찢어 상처를 냈으며, 요즘 새벽 3시쯤 자서 아침 7시쯤 일어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가슴이 욱신하긴 하는데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누워서 가슴을 만졌다가, 가슴 아래쪽 부분에 오백 원짜리보다 2/3 정도 더 큰 사이즈의 뭉침이 느껴졌다. 너무 큰 사이즈였고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서 화들짝 놀랐다. 이렇게 큰 염증이 생겼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장 유방외과를 검색했지만 설날이라 모두 휴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마침 출산 때 모유 관리에 도움을 주신 산후 조리원의 선생님이 생각나 연락을 드렸다. (내가 다녔던 산후 조리원은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 선생님이 계셔서 상담이나 마사지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설 연휴임에도 죄송항 마음을 무릅쓰고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함께 걱정해 주시며 아래와 같이 도움을 주셨다.


1. 열이 난 것은 염증이 생겼다는 의미.

2. 하지만 설 연휴로 대부분의 유방외과가 휴진

3. 집에서 시도할 수 있는 응급처치로 핫팩을 10-20분 대고 가슴 아래쪽 부분을 아이가 적극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하여 수유해보라고.

4. 연휴가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 볼 것.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핫팩을 활용해 마사지하고 수유를 진행했는데 이틀 정도 시간이 지나니 꽤나 컸던 염증(?)의 사이즈가 많이 작아졌다.  


바로 유방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사실 그동안 유방외과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난생처음 방문한 유방외과는 ‘유외과’라고도 불렸다. 의사 선생님께 상담을 받고 초음파를 했다. 다행히 가벼운 유선염에 걸렸던 것으로 보였다. 이제 염증은 흔적만 나아있지만 뭉친 곳이 있으니 마사지를 하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시범으로 해주셨는데 별이 보일 듯 아팠다.


아침저녁으로 마사지를 하니 가슴이 아프던 것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말로만 듣던 젖몸살, 이렇게 한번 겪고 나니 슬슬 단유를 준비해야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기에 맞는 수면 교육 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