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어느 날의 하소연
아래 글은 2022년 4월 10일이 쓰였다. 아이가 8개월쯤 되던 때였는데 아무리 삼시 세 끼를 이것저것 만들어 줘도 잘 먹지 않고 칭얼거리기만 해서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도 힘든 시기에 친정과 시댁에 머물며 도움을 많이 받고 다행히 아이도 밥을 잘 먹게 되었다. 그때의 솔직한 내 감정과 상황이 담겨 있는 글이라 공개해보기로 한다.
요즘 나는 마음이 힘들다. 잘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는 것을 느꼈다.
시어머니가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며, 빨리 모유수유 끊고 한약 먹자는 이야기에 왈칵했다. 집 공사로 한두 달간 아이와 본가에 내려가 있을 예정인데 친정 엄마가 몸보신해주겠다는 이야기에도 눈물이 났다. 잔뜩 졸린데도 잠을 자기 싫다는 아이를 결국 아이 놀이방으로 데리고 가서 ‘가서 놀아’라고 퉁명하게 말하자 울면서 나에게 돌아오는 아이를 안고서는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3월은 너무 바쁘고, 힘에 부치는 일이 많았다. 새로 시작한 공부에 욕심을 부렸더니 잠자는 시간이 줄었고, 없는 시간을 줄여 아이 이유식을 만들었지만 아이는 요즘 입맛을 잃었는지 거의 먹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의 칭얼거림이 심해져서 껌딱지가 되느라 힘들었다. 특히 3월에 아이는 화상사고를 입었고 한숨 돌릴 쯤이 되자 독한 감기를 얻었다. 감기가 다 낫고 숨 쉴 여유가 생긴 4월이 되자 코로나에 걸렸다.
이유식을 준비하면서 유난히 잘 먹지 않는 날들이 늘었던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아이에게 밥 먹는 시간을 즐거운 시간으로 인지시키고 싶었는데 밥을 숟가락으로 휘젓고 입도 대지 않는 아이를 볼 때면 얼굴이 굳어버렸다. 육아든 삶이든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것을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몸으로 체득했으나 나는 어째서 제자리에 머물러있나.
아이는 매끼 삼 첩 반상으로 준비하면서 막상 나는 원푸드 다이어트 마냥 대충 먹곤 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잘 자는 것만큼이나 잘 먹는 것이 가장 쉽게 건강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엌에만 가면 칭얼거리고 달려오는 아이가 혹시나 위험에 노출 될까봐 아이 이유식을 준비할 때만 빼면 부엌을 찾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무엇을 차려 먹을 에너지가 없었다. 늘 먹는 것은 뒷전이었고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고함량 비타민에 의지하며 지낸 지 한 달쯤 된 것 같다. 한 달간 운동도 거의 못해서 근육이 다 빠졌는지 몸무게는 한창 밥도 안 먹고 일하던 시절처럼 다 빠져버렸고 입맛은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평소에는 잘 울지 않는 아이였는데 요즘 들어 자주 칭얼거린다. 나는 아이가 울 때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데,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책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사실 나는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함에 외롭고 또 힘들었던 것 같다. 어째서 남편에게 함께하자고 말하지 못했을까.
매일 새벽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지쳐서 들어오는 남편에게 차마 육아도 같이 하자는 말을 입밖에 내기가 미안했다. 남편도 안쓰럽고 나도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