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May 16. 2022

육아의 고단함

육아는 힘들다. 왜일까?

온몸이 지칠 듯 쓰러져서 잠든 게 며칠. 아이랑 통잠을 열몇 시간씩 잤더니 조금 정신이 차려져 오늘은 생각을 해본다. 나는 육아를 하며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객관적으로 육아를 하며 힘든 이유를 정리해봤다.


첫째, 일하는 시간이 매우 길다. 나의 경우 주당 105시간을 일한다.

아침 6시, 아이가 일어나면 덩달아 같이 일어난다. 저녁 7시, 아이를 재우고 드디어 육퇴를 한다. 이제  쉬냐고? 허허.. 집안일이 쌓여있다.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집안을 청소하고 아침 식사부터 방치된 설거지를 한다. 이유식을 만들기도 한다. 훌쩍 밤 9시가 된다. 노동 시간으로 따지면 15시간을 일한다.


직장인은 중간중간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이 있듯, 육아를 하는 사람도 중간중간 밥을 먹거나 아이와 산책을 가긴 한다.

그러나 내 밥 맛을 즐길 수 있다거나 산책의 푸르름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지는 않다. 모든 신경이 아이에게 가있으니까. 밥을 잘 먹는지, 아직 잘 씹지 못하는 아이라 목이 막히지는 않을지, 물이 필요하진 않을지, 어떤 반찬은 잘 먹고 어떤 반찬은 뱉는지를 본다. 산책을 가서도 아이의 상태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진다. 낮잠이라도 자주면 온전히 커피맛을 느끼며 마실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일 15시간, 주당 105시간. 직장인의 법정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인데 거의 두배 더 일한다. 흥미롭다.


둘째, 연차도 연휴도 주말도 없다.

회사에 다닐 때는 연차가 자유로웠다. 샌드위치 휴일에는 꼭 연차를 써서 길게 쉬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늘어지거나, 좋아하는 미술관을 가고 국내나 해외에 여행을 갔다.

아이는 연휴에도 살아 숨 쉬니 주말이어도 육아는 계속된다. 주말은 남편이 함께해서 힘듦을 나눌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연차를 내려면 아이를 인수인계(!) 해야 하는데 그럴 대타가 없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멀리 사시기 때문에 도움받기 어렵다. 아 물론 남편이 쉬는 주말이나 휴가를 내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주말은 가족이 함께하는 것을 아이가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러니 평일 연차를 노리는 것인데.. 언젠가 남편에게 요구해봐야지. ‘나 쉬게 연차 좀 내줘!’


셋째,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낮잠을 재우는데 자주 실패한다. 분명 졸려서 눈을 비비고, 낮잠 시간이 됐는데도 삼십 분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가 결국 거실로 나오면 누가 잠이 왔었냐는 표정으로 웃는 아이를 더 재울 수는 없다. 낮잠을 건너뛰면 졸린 아이는 더 칭얼거리고 덜 먹는다. 그러나 안 잔다는 아이를 억지로 재울 수도 없으니 허허 웃는 수밖에.


기저귀를 가는 것도 에너지가 만만치 않게 든다. 가만히 누워있기보다 사방팔방 탐색하기를 좋아하는 아기는 기저귀를 가는 찰나의 시간에도 뒤집고 기어 다닌다. 이때 온갖 장난감이나 큰소리로 동요를 부르며 환심을 사면 3초 정도의 시간이 생긴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바닥이나 매트에 오줌을 싸기도 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빠르게 갈아입히는데 집중해야 한다.


 먹기만 해도 정말 감사한데 그렇기가 쉽지 않다. 10개월에 진입한 아이는 이제 본인의 기호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에 대해서  호불호가 확실한데 좋아하는 반찬, 좋아하는 식감이 있다. 발달 과정에서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좋아하게 되는 놀이(까꿍놀이) (팝업북이나 물고 뜯는 ) 달리 이유식에서는 개인만의 기호가 확실히 드러난다.

현재 우리 아이는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하고 있다.  아이가 혼자 반찬과 밥을 먹는 방법으로 전통적으로 스푼으로 입에 넣어주는 스푼 피딩식과 달리 핑거푸드, 진밥이나 죽, 찐 채소나 고기를 식판에 주고 아이가 직접 식재료를 탐색하고 조금씩 씹어먹는 연습을 하게 한다. 이렇게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하는 아이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좋아하는 반찬을 제일 먼저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좋아하지 않는 냄새, 맛이나 식감 등은 조심히 입에 넣었다가 퉤퉤 하거나 바닥으로 내팽개친다.


잠자기부터 먹는 것, 기저귀를 가는 것까지 아이를 ‘통제’하려는 마음이 들 때 나는 곧잘 실패하고 고된 마무리를 하게 된다. 아이는 통제할 수 없다.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육아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단할 수밖에 없는 노동이다.

일하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고, 쉬는 날도 없으며, 통제할수록 어려워지는 육아는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오늘 너무 지쳤다면, 그게 정말 당연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를 아무리 사랑해도 이건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는 알이라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사실도 꼭 전하고 싶다. 육아라는 엄청난 노동을 오늘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 양육자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