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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23. 2022

육아휴직 후 내일이면 복직합니다.

결국 복직을 결정한 이유

1년 3개월의 휴직이었다. 말 그대로 일을 쉬었지만 엄마의 역할을 해야 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고되고 단단해졌다. 나는 나 아닌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도와야 했으므로 늘 관찰하고 공부해야 했다. 업무 강도나 일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하지만 (주 노동시간이 105시간 정도였으니) 가장 밀도 있게 행복했던 시간임은 확실하다. 매일 아이와 산책을 하면서 이토록 즐거운 순간이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했으니까.


복직 전에 출근 장소와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수령하는 방법을 확인했다. 한 달 전부터 아이 반찬을 냉동실 한 칸 가득 만들어둔 덕분에 다행히 요리는 많이 하지 않아도 됐다. 아이를 봐주시기로 한 부모님이 식단표를 짜 달라고 하셔서 당장 이번 주 세끼 식단표를 만들어드렸고, 추가로 필요한 재료는 장을 봤다. 생활비 카드를 만들어 드렸고, 집안 청소를 조금 했다. 내가 해놓지 않으면 엄마가 고생할게 뻔하니까.


내일부터 아이가 깨는 여섯 시~일곱 시에는 식사를 준비해 아이랑 함께 아침을 먹고 놀 예정이다. 늦어도 부모님이 오시는 8시 30분에는 출근 준비를 해서 나가야 출근시간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것 같다.


복직을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계속 흔들리고 또 복잡했는데, 복직원을 제출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아이가 낳은 순간부터 복직의 순간이 오지 않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매일같이 고민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는 우선 복직을 해보기로 결정 했고 결정이 내 손을 떠나가니 그저 속이 편했다.


물론 퇴사를 고민하지 않은  아니다. 마음속에는  퇴사 카드가 있었다. 지금 가장 어여쁠 시기,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 사랑만 줘도 모자랄 시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복직이 더욱 고민되었다. 그럼에도 우선 복직을 하기로  것은 가지 이유였다.


1. 무조건 복직하라는 인생선배의 조언이 있었다.

열이면 , 복직 고민을 상담했던 인생 선배 언니들은 무조건 복직을 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로 아이만 키우거나 복직을 해서 일과 육아를 어찌어찌 힘들게 해나가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답했다.

어째서일까.. 행복하고 힘들고를 떠나서 내 일, 내 시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할까. 사실 와닿지는 않았지만 믿을만한 선배들의 이야기였기에, 조금은 마음이 기울었다.


2. 커리어 단절에 아이 핑계를 둘러대고 싶지 않았다.

회사를 복직하기  가장 고민되었던 포인트는 사실 일이 재밌지 않다는 거였다. 그동안 힘들고 지쳐도 재미 하나로 버텨왔던  같은데 휴직을  즈음 나는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권태 인지. 맞지 않는 직무나 조직문화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했던 것은 일이 싫어서 도망치는 , 아이가  핑곗거리가 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복직을 하고 이직을 하든, 프리를 하든 결정하기로 했다.


3. 같이 일한 동료들에게 애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편견을 심어주기 싫었다.

같이 일한 동료들은 임신/출산을 경험한 동료가 첨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임신/출산이 핸디캡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임신 중에서 무던히 애썼고  이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겨주는 사례가 되기 싫어서 복직하기도 했다. 미래에 만나는 동료가 임신/출산을 했다고  떠난다고 생각할까 . 물론 떠나는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팀원이 대부분 그대로 있었고,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 탔에 이러한 결정을 했다.


4. 프리랜서 실험에서 내가 원하는 직무는 프리랜서보다 회사에 소속해 있을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육아휴직을 1년쯤 했을  프리랜서로 소소하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다. 프리랜서 세계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였다. 그동안 나는 회사에서 상사와 빠르게 소통하고 내부 사정을 뻔히 알고 일을 진행시켰기에 비교적 느린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바쁜 상대방에게 매번 문자나 전화를  수도 없고, 막연히 기다리면서  결과물에 문제가 있어서인 건지 걱정스럽기만 했다. 나중에 프리랜서를 많이 해봤던 지인에 따르면, (회사마다 다르지만) 만족도가 떨어질수록 피드백이 빠르다고 하니 쓸데없이 마음 졸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여튼 프리랜서를 경험하면서, 프리랜서도   있겠다고 싶었지만, 사실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재밌어한다는 것을 더더욱 깨달았으므로 이쪽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었고, 이는 프리랜서보다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하는  낫다는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됬다.


하여, 나는 복직을 결정했다.


잘 한 선택이었을까? 위 글은 오늘로부터 약 5주 전에 작성한 글이다. 나는 지금 복직 후 여차저차 회사를 다니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아이를 사랑으로 봐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지금 나는 나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까. 가장 어여쁜 순간의 아이를 보지 못하고, 즐겁기도 하고 때론 괴롭기도 한 일을 하면서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매일같이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 선택에 대한 회고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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