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관객이다’ 도서 리뷰
요즘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아이가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다양한 사례와 논문을 통해 검증된 놀이법이라서 신뢰가 가고 유용한 정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좀 피곤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 유튜버가 제안한 방법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한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인풋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짜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부족한 나는 이런 헌신을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카페를 매일같이 드나들었는데, 우연히 그 카페를 가는 것은 나의 만족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카페를 가면 사람도 만나고 동물도 만날 수 있어서 아이가 좋아했던 것이긴 한데, 사실 공원에 가면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을 만날 수 있었고 아이도 더 좋아했다. 그러니까 그 카페는 내가 가고 싶어서 갔던 것이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날에는 간단한 빵으로 때울 수도 있고, 집에서 온전히 혼자 육아를 할 때보다 카페에 가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아이에게 인사도 하고 아이도 사람 구경을 할 기회가 생기다 보니 뭔가 같이 육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게 위안이 됐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카페를 가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생각도 없다. 내가 기분이 좋아야 아이와의 시간도 더 좋아지니까.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관객이다>라는 책은 이렇게 육아하며 아이를 관찰하고 그 속에서 아이와 나의 욕구를 분리해 바라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관찰하는 일이다. 이때 성급한 판단이나 평가 혹은 이래라저래라 지시하지 않고 아이가 요구할 때까지 그저 바라본다. 이렇게 아이를 투명하게 관찰하고 동시에 나 자신을 관찰한다.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은 내 마음을 관찰하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고 싶은 나를 관찰한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이의 모습을 보고 들으며, 지금 현재를 함께한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스쳐 본다느 의미가 아니라, 내 소중한 시간을 상대방을 위해 노력해서 봄을 의미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단순히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매일 매일 아이의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것. 책에서 말하는 관찰의 묘미다.
내가 바라는 아이와 놀이시간도 어쩌면, 아이 성장발달에 좋다더라 하는 타인의 제안보다 내 아이를 온전히 관찰하고 아이가 발견한 재미를 함께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혼자 끙끙대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잘 안돼서 짜증 나고 눈물 흘리면 옆에서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흥미롭게 읽혔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질문이 있다.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은지. 나는… 언제나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싶은 부모가 되고 싶다. 슬픈 날도 기쁜 날도 화나는 날도 우울한 날도. 제일 먼저 나에게 전화해 감정을 털어놓았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나이가 먹든 편하게 이야기 하고 의견을 구하는 친한 친구이자 인생의 선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도움을 구하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기. 서툴지만 해보고 싶은 부모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