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생각보다 쉽게 회사 생활 자체는 익숙해졌다. 아무렴, 8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했으니 이젠 주니어 티는 벗었으니까.
복직한 지 시간이 흐르자, 좀 더 객관적인 장단점을 발견했다.
물론 아이에게는 규칙적이고 일상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아이의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 가족과 함께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인지 아이는 양가 부모님 댁에 나 없이 일주일 넘게 있어도 아주 쾌활하게 지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대가족의 장점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한 집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육아휴직을 할 때 우연한 기회로 아이를 데리고 친정과 시댁에 꽤 오랜 시간 신세를 진 적이 있는데, 오로지 혼자 힘으로 아이를 보다가 대가족의 도움을 받으니 신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케어할 때 에너지도 분배할 수 있어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상의 상태로 아이를 볼 수 있다. 힘들면 서로서로 돌아가며 아이를 볼 수 있으니까. 사실 부모 컨디션이 좋아야 아이에게도 질 좋은 시간을 나눌 수 있음은 진리중의 진리.
물론 아이에게도 좋은 점이 많다.
아이가 보고 배울 어른이 많아지고, 다양한 관계와 상황에 놓이면서 배울 수 있는 경우도 더 많아졌다.
특히 밥을 먹을 때도 엄마와 단둘이 먹을 때보다 여러 가족 구성원과 함께하니 더 자연스럽게 가족의 식사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는 주로 하는 언어가 아이용 언어인데 비해 어른들끼리의 대화는 다양한 단어와 문장구조로 구성되므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언어를 노출시켜 줄 수 있었다.
가끔, 아이는 일주일 단위로 시댁에 가있곤 한다. 다행히 아이가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덕에 나와 떨어져 있어도 잘 찾지 않고 아주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시부모님 역시 혼자 키운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키우라고 하셨다. 정말 든든한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실 주변에 더 감사할 사람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하고 외롭지 않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복직 후 처음 동료들과 점심시간을 가진 날, 나는 여러모로 당황했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세요?”, “무슨 커피 드실래요?”라는 질문에 늘 답이 막혔기 때문이다.
휴직기간 동안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누구도 묻지 않았으니까. 특히 내가 나를 돌보지 않고 아이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지워져 있었다. 커피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무슨 커피를 좋아했더라, 아이랑 카페를 가면 늘 아이랑 같이 먹을 수 있는 과일주스를 주문했기에 무슨 커피를 먹을지 고민한 적이 많지 않았다.
요즘 나는 파스타를 좋아하고, 고소한 라테를 좋아한 다는 것을 안다. 고작 한 달이면 지워진 나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은 이런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야근하지 않고 업무 시간에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 업무 시간에 정말 초 집중해서 일한다.
아이와 함께할 때도,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습관처럼 보던 휴대폰을 아예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한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데 온 에너지를 사용한다. 또 아이랑 같이 자고 일어나니 9시에 자서 7시쯤 일어난다. 지난 6개월 동안은 체력을 쌓기 위해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잠이라도 푹 자자는 마음으로 이 시간엔 그저 쉬었다.
마지막으론, 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는 여유가 생겼다. 앞서 푹 잤던 시간을 조금씩 떼어내 내 생각이나 커리어 등을 정리하는데 쓰고 있다.
사실 육아만 했을 때는 나에 대해 시간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우선 하루종일 육아와 살림을 하면 에너지가 부족했다.
나의 경우, 남 폄의 야근이 워낙 많은 편이라 남편이 평일에는 퇴근하고 그저 푹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다 보니, 육아휴직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불성설이 되었다. 말 그대로 독박육아.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쳐갔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지금은 일곱 시간은 푹 자고, 두 끼는 꼬박 챙겨 먹고 시간 아껴 쓰며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고 블로그에 육아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게 6개월 가까이 일하며, 나는 계속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만 고민해야할 사항이 있다.
현재 아이의 평균 기상 시간은 오전 6:30분. 출근준비 전까지 겨우 두 시간 볼 수 있다. 퇴근하고 오면 바로 잘 준비를 하기 때문에 나는 단 두세 시간을 아이 보는데 쓴다.
이마저도 아이가 그날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온전히 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 인생에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를, 다른 이유 때문에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엇이 중한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새벽같이 일하고 아이가 어린이집 하원 후에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이런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경력이 쌓일수록 더해간다. 그러다 아이를 기점으로 확실히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사실 지금 하는 업무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이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잘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이를 보는 시간을 희생해서 회사 일을 하는 것인데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하여튼 위와 같은 이유로
일은 계속하려고 하나,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