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전환점 이었을까, 실패였을까?

여덟 번째 페이지, 도망이 끝이 아니었음을...

by 붕어예요

연애를 하면서

그 사람을 깊이 사랑했다기보단,
그저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내 눈을 멀게 했고,
그 판단이 결국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 사람은 늘 내가 ‘설명’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그래.”
“좀 컨디션이 안 좋은가 봐”

무려 나보다 4살이나 많은 그를
그렇게 항상 주위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감싸야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설명해야 하는 사람은

굳이 만나면 안 된다는 걸


결혼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연애였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결혼식장에 서 있었다.


스물여덟.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었고,

우린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무모한 결혼이었다.

결국 3개월 만에 끝이 났다.


성격 차이도 컸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그 사람의 ‘일할 의지 없음’

끊임없는 언어폭력,

질투, 그리고 집착이었다.


내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무조건 본인도 같이 가야 했다.

본인 마음에 안 들면 계속 인상 쓰고 있고

나를 계속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는 원래 그래 부정적인 사람이라 그래'

이 말이 입버릇처럼 따라붙었다.


하루는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말도 없이 내가 먹었다는 이유로

온종일 쏟아지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사람과는 평생 함께 못 살겠다.’

참고 참았던 것들이
그 작은 사건으로 터져버렸고,
나는 짐을 싸서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혼했다.

그 사람은 매일 전화와 문자를 보냈고,
불쌍한 척, 협박, 애원…
그 모든 건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다.

보다 못한 엄마가 말했다.
“너는 나처럼 살면 안 돼.”
그리고 이혼을 강행하셨다.

그렇게 결혼 3개월 만에
나는 ‘이혼녀’가 되었다.

크게 사랑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왜 그런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했을까…’
오만가지 후회와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몸도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

그 와중에도 그는
우리 집 앞에 찾아왔다.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이젠 듣기조차 싫었다.

그는 늘 우리 친정을 무시했다.
앞에선 웃고 뒤에선 욕했고,
내 가족을 조롱했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사랑하는 집, 부모님이
무시당하는 게 너무나 싫었다.

비록 내가 도망치고 싶던 집이었지만,
그 집은 결국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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