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수와의 첫 인연

아홉 번째 페이지, 질문은 부담스러워요.

by 붕어예요

그렇게 친정집으로 돌아와 지내고 있었다.
전 남편과는 협의이혼 조정 중이었고,
불행 중 다행이라면,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조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사촌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형부랑 거제도로 놀러 가는데, 같이 갈래?”

내가 많이 힘드다는 걸 알고 있었던 언니가
바람 좀 쐬자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전날 과음으로 몸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갔다 오면 내 답답한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여행이
내게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급하게 짐을 챙겨 형부의 차에 올랐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부가 슬쩍 물었다.

“처제, 미안한데 거제도 가기 전에
여수에 좀 들려도 괜찮을까?
내 친구들이 여수에 사는데,
거기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거든.”

숙취 탓에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여수에 도착했다.

여수는 처음 가보는 도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마치 언젠가 한 번쯤 왔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형부의 친구 두 분을 만나
어색한 짧은 인사를 나눴고,
나는 조용히 첫날을 보냈다.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술은 안 마신다'며
속으로 다짐했지만,
여수의 저녁은 다시 술과 함께였다.
다만 이번엔 조심스레 반주 정도만 나누었다.
내일 아침엔 거제도로 출발해야 했으니까.

다음 날, 거제도에 도착했다.
도로를 따라 활짝 핀 수국이
환하게 나를 반겼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와... 진짜 예쁘다.”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

바람의 언덕에도 가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저녁엔 바비큐까지.

낯선 바닷바람이
조금씩 마음을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갈 무렵,
저녁 식사 자리에서 조용히 질문이 하나 들어왔다.

“OO 씨는 남자친구 있어요?”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었다.
난 지금 이혼 조정 중인데..,
하지만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다.

하루 전 알게 된 사람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건,
버거운 일이었기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아뇨.”

그렇게 몇 마디 더 대화가 오갔고
이상하게 유독 날 챙겨 주는 그 사람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친구 와이프 동생이니 잘해주나 보다 싶었다.

"OO 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저는 28살이에요.."
"어?! 저랑 3살 차이시네요?!"
"아, 네..."

그 사람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난 그런 대화조차 감정 낭비라고 느꼈고,
사실 그땐…
그냥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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