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페이지, 새로운 사람
그렇게 거제도에서의 2박 3일은
금방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
“OO 씨, 조심해서 잘 들어갔어요?”
누구냐고 묻자,
거제도에서 자꾸 말을 걸고
나를 살갑게 챙겨주던 형부의 친구였다.
알고 보니 형부가 내 번호를
그에게 슬쩍 건넸던 모양이다.
그렇게 안부 카톡이 가끔 오갔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나 OO 씨 사는 지역에 갈 것 같아요.”
여기까지 오려면
자그마치 차로 3시간 반에서 4시간.
날 보러 오겠다는 걸
말릴 명분도 마땅치 않았다.
“친구도 볼 겸, OO씨도 볼 겸.”
겸사겸사 올라오겠다는 그의 말에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 달 전 한 번 보고
그 뒤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던 터라
처음보다는 어색하지 않았다.
언니 부부와 나, 그리고 그 사람.
다시 네 사람이 모였고,
그날 이후로도 연락은 계속 이어졌다.
또 한 달쯤 지났을 무렵,
그는 다시 내게 말했다.
“이번 주에 또 올라가요.”
이번엔 왠지 모르게
살짝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은 그에게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밤,
우리는 넷이 함께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 사람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진국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2차로 간 노래방.
언니 부부는 잠깐 편의점에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그는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었다.
“원래는 OO 씨가 예쁘다고 했던 수국을
구하러 다시 거제도 까지 갔었어요.
근데 가보니까 수국은 다 져버렸더라고요.
꽃집에 들를까 했는데 지리를 잘 몰라서…
그래도 꽃을 주고 싶어서…
혹시 괜찮다면, 이거라도 받아줄래요?”
그가 내민 건
호프집에 장식되어 있던
조화 장미꽃 한 송이.
“사장님께 부탁드려서 한 송이 얻어왔어요.”
쑥스럽게 말하며 건네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웃어 줬다며
아이처럼 너무 좋아했다.
‘내가… 그동안 한 번도 안 웃었었나?’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 이상으로 고마움이 밀려왔다.
그러더니,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OO 씨… 나 OO 씨랑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어요.
우리… 만나볼래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 사람은 아직
내가 이혼한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괜히 상처 주는 건 아닐까?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감히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
괜한 마음만 품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