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

열 번째 페이지, 새로운 사람

by 붕어예요

그렇게 거제도에서의 2박 3일은

금방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

“OO 씨, 조심해서 잘 들어갔어요?”


누구냐고 묻자,

거제도에서 자꾸 말을 걸고

나를 살갑게 챙겨주던 형부의 친구였다.


알고 보니 형부가 내 번호를

그에게 슬쩍 건넸던 모양이다.


그렇게 안부 카톡이 가끔 오갔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나 OO 씨 사는 지역에 갈 것 같아요.”


여기까지 오려면

자그마치 차로 3시간 반에서 4시간.


날 보러 오겠다는 걸

말릴 명분도 마땅치 않았다.


“친구도 볼 겸, OO씨도 볼 겸.”

겸사겸사 올라오겠다는 그의 말에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 달 전 한 번 보고

그 뒤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던 터라

처음보다는 어색하지 않았다.


언니 부부와 나, 그리고 그 사람.

다시 네 사람이 모였고,

그날 이후로도 연락은 계속 이어졌다.


또 한 달쯤 지났을 무렵,

그는 다시 내게 말했다.


“이번 주에 또 올라가요.”


이번엔 왠지 모르게

살짝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은 그에게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밤,

우리는 넷이 함께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 사람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진국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2차로 간 노래방.

언니 부부는 잠깐 편의점에 다녀온다며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그는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었다.

“원래는 OO 씨가 예쁘다고 했던 수국을

구하러 다시 거제도 까지 갔었어요.

근데 가보니까 수국은 다 져버렸더라고요.

꽃집에 들를까 했는데 지리를 잘 몰라서…

그래도 꽃을 주고 싶어서…

혹시 괜찮다면, 이거라도 받아줄래요?”


그가 내민 건

호프집에 장식되어 있던

조화 장미꽃 한 송이.


“사장님께 부탁드려서 한 송이 얻어왔어요.”

쑥스럽게 말하며 건네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웃어 줬다며

아이처럼 너무 좋아했다.


‘내가… 그동안 한 번도 안 웃었었나?’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 이상으로 고마움이 밀려왔다.


그러더니,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OO 씨… 나 OO 씨랑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어요.

우리… 만나볼래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 사람은 아직

내가 이혼한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괜히 상처 주는 건 아닐까?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감히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

괜한 마음만 품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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