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시작, 또 다른 두려움

열한 번째 페이지, 이런 나여도 괜찮아요?

by 붕어예요

그의 말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고민은 깊어졌고,
그로부터 2주 뒤,
그가 또다시 나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이젠 말해야겠다.’
숨길 수도,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이 더 깊어지기 전에,
내 상처부터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2주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번엔 단둘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리고 그를 호프집으로 이끌었다.

차마 맨 정신엔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맥주 한 잔을 마시고서야
용기가 조금 생겼다.

그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재촉하거나 묻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기다려줬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고마웠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나는 꾹 참아왔던 말을 꺼냈다.

“저, 말씀드릴 게 있어요.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사실… 저, 이혼했어요.
3개월 살았고, 아이는 없어요.
미안해요.
그때 ‘남자친구 없냐’고 물었을 때,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에요.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몰랐고,
처음 본 사람에게
내 모든 사정을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놀란 눈치였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조심스럽게 나를 안아줬다.

“나한테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느라 많이 힘들었죠?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그가 너무 따뜻했다.

“놀라지 않았어요?
그래도… 나랑 계속 만날 수 있겠어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놀라긴 했어요.
남자 문제일 거라 예상은 했는데,
단순히 헤어진 건 줄만 알았거든요.
하지만… OO 씨,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충격보단 내가 OO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요.
괜찮다면… 저는 계속 만나고 싶어요.”


그렇게,
나는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 번의 실패가 있어서였을까?
마음을 쉽게 내어줄 수 없었다.

그걸 아는 듯
그는 더 배려했고,
더 기다려줬다.

우리가 사귄다는 사실에
형부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사실, 내 친구지만
처제랑 잘 어울릴 것 같았어.
그때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거든.”

주변의 응원 속에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2주에 한 번씩
그가 나를 보러 올라오거나
내가 그를 만나러 내려갔다.


조심스러웠다.
아직 난 그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겁이 났다.
그런 내 마음까지 감싸 안아주고
다독여줬던 그가 너무 고마웠다.

작가의 이전글12.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