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다시 피어난 악몽

열여섯 번째 페이지, 트라우마, 시작

by 붕어예요

2017년, 새해가 지나고 며칠 뒤
나는 여수로 내려왔다.
그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모든 게 너무 행복했다.

그를 위해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가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저녁을 만들고.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했다.

나 역시 여수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일을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또 텔레마케터 일을 하게 됐다.
행복에 겨워 있던 어느 날,

뜻밖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바로, 아랫집에 사시는 할머니 때문이었다.
층간소음 문제로 몇 차례 집에 찾아오셨는데
나는 우리 때문에 불편을 겪으셨을 거라 생각해서
거듭 사과드렸고,

그 뒤로는 까치발을 들고 다닐 만큼 조심했다.
복도식 아파트라 구조상 소음이 없을 수 없었기에,

더 조심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그 할머니가 망치를 들고 우리 집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욕을 하고 계신 걸 보게 되었다.
너무 놀란 나는 말했다.

“할머니! 여기서 뭐 하세요?!”

할머니는 날 노려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서 살 수가 있어야지! 왜 이렇게 쿵쿵거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퇴근한 참이었고, 오빠는 아직 퇴근 전이었다.
즉,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누가 쿵쿵거린다는 걸까?

“할머니, 저 이제 막 퇴근했어요.

집에 아무도 없는데요?”

그러자 할머니는 내가 거짓말을 한다며
자기 올라올 때쯤 나갔다가 들어온 거 다 안다며


“괘씸한 년!”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 내가 할머니가 언제 올라오실지
어떻게 알고 그렇게 한단 말인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바로 경비실로 달려갔다.

“아저씨, 자꾸 할머니께서 저희 집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고 하세요.
근데 저 지금 막 퇴근한 참이거든요.

정말 미치겠어요…”

경비 아저씨는 내 편을 들어주셨다.

“할머니, 제가 이 아가씨 주차하는 거

좀 전에 봤어요. 왜 그러세요?”

그렇다 그날 나는 주차하고 내리는 길에
분리수거장 정리 중이던

경비 아저씨와 인사를 나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아저씨의 말조차 믿지 않으셨다.
그 이후로도,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도

할머니는 또 올라오셨고

여전히 망치를 들고 내 귀가를 기다리고 계셨다.
점점 집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자녀분들이 집을 찾아오셨다.

층간소음 문제로 말씀을

나누고 싶다며 오신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자녀분들은 연신 사과하시며
요즘 할머니가 병원에 다니고 계시다고 하셨다.
자세한 사유는 말씀 안 하셨지만,
나는 아마도… 치매가 아닐까 생각했다.

평소 엘리베이터에서 뵐 땐
웃으며 인사도 잘 받아주시던 인자한 분이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욕을 하시고 망치를 들고 집에 찾아오시곤 했다.

그즈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일까?
자꾸만 전남편이 칼을 들고 집에 찾아와
나를 헤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는 것도 무서웠고,
잠드는 것도 무서웠다.
내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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