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오해란 말이에요!

다섯 번째 페이지, 왜 피해자가 도망쳐야 할까?

by 붕어예요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가게 근처엔 얼씬도 안 하던 아빠가
어느 날부터인가 가게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기 시작했다.

일을 돕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일주일에 두세 번,
묵묵히 카운터에 앉아 있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앉아 있다가
단골손님과 엄마가 짧은 인사를 나누기라도 하면
매섭게 노려보았다.

“사장님, 장사 잘 되시죠?”
“네~ 덕분에요!”
"사장님, 여기 안주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아휴 맛있게 드셔 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그저 그런 인사였는데.
그 대화가, 무엇이 못마땅했던 걸까.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무렵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우연히 단골 택시 기사님의 차를 타게 된
어느 날이었다.

“아이, 왜 그랬대~ 장사 잘되던데.”
대뜸 묻는 기사님 말씀에 우리는 놀라 되물었다.

그분은 조심스레 말했다.
“아니, 소문이 그렇게 나버렸더라고.
여사장이 단골 손님하고 바람이 나서
가정이고 뭐고 다 버리고 남자랑 살림을 차렸다고...”

엄마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그 소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늦은 밤, 아빠는 가게로 찾아왔다.
노기등등한 얼굴로 소문에 대해 따져 물었다.
엄마와 나는 사실을 설명하려 했지만,
아빠는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날,
엄마는 다시 폭행을 당했다.

경찰이 출동했고,
아빠는 연행되어 경찰서로.
엄마와 나는 여성쉼터로 옮겨졌다.
그리고 아빠는 경찰서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다시 집으로 귀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곳에서 심리 상담을 받으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피해자인 우리가 집을 떠나야 할까?

어렸을 적 새벽,
엄마가 나와 남동생을 깨워
손을 잡고 집을 나섰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도 엄마는 피해자였다.
그런데 우리가 도망쳤다.

나는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폭력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했고,
민간이지만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에
입학하려 원서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빠는 내 선택을 반대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엔
내 힘으로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즈음, 가게는 폐업했고
생긴 빚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사업자 명의가 내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막막했다.
하지만 난 빚을 갚아야 했고 공부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신문을 펼쳤고
돈을 많이 주는 일 위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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