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0대를 다 바쳤던 나의 '할 일'

여섯 번째 페이지, 배운 게 도둑 질 뿐인 우물 안 개구리

by 붕어예요

신문을 보고 있는데

딱 눈에 들어오는 문구.
‘월 300~500만 원’
뭐지? 무슨 일인데 이렇게 많이 주지?

망설일 틈도 없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 주에 면접이 잡혔고,
그 일은 바로 보험 텔레마케터였다.
그런데 사회초년생인 내가 보험에 대해
알리는 만무 했다.

정말 보험의 ‘보’자도 모르고 면접을 봤고
역시나 내가 제일 어렸다.
면접관들은 내 어린 나이를 걱정했지만
목소리가 좋다며, 태도가 괜찮다며
의외로 나는 합격했다.

교육을 받고, 설계사 시험을 준비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다.
그렇게 보험 설계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 방법이 대면이냐 텔레마케터(TM) 냐의
방법 차이일 뿐 실적으로 월급을 받는 건 같다.
처음엔 호기롭게 시작했고
처음 접하는 일이었기에 어렵지만 나름 재밌었다.

200통이 넘는 전화를 하면서 좋은 소리 듣는 건
1%도 안될 것 같지만 그래도 멋모르고 시작해서
그런가 열정이 넘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녕하세요~ 우리 홍길동 고객님 맞으시죠?”
“이런 XXX….” 뚝. 뚜. 뚜. 뚜…"

손이 떨렸다.
비상계단으로 뛰어내려 가 꺼이꺼이 울었다.
숨이 넘어갈 만큼 울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욕을 먹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난 그 고객에게 처음 전화를
하는 거지만 그 고객은 이런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받았을 터 화가 났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렇게 욕하는 사람부터 성희롱 하는 사람까지
와 이렇게 작은 나라에 진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싶었다.

“저기요, 할 일 없나 봐요?”
… 이게 내 ‘할 일’인데.

막말과 욕설을 들을 때마다
내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고객들만 욕을 하는 게 아니다.
관리자 또한 실적이 저조하면 대놓고
면박을 줬다.
월말엔 내 할당량을 못 채우면
퇴근은 고사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했다.

회사에 소속된 개인사업자.
말은 개인사업자인데 근태관리, 시상, 월례조회까지
그냥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월급에선 사업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년을 했다.

첫째를 임신하고 나서 그만뒀으니

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셈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게 내가 할 줄 아는 전부였던 거다.

나는 사람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인데
영업을 하며 계속 거절을 당하고 고객 관리를 하면서
전전긍긍했더니 정말 외적으로도 그렇고
속병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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