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수지 Apr 25. 2016

시간의 섬 고조 Gozo

어쩌면 시간이 멈춰진 그곳 

“저 바다의 나이는 몇 살일까?”

분명 오래된 바다일 거라는 느낌이었다. 바다의 나이를 가늠한다는 것이 무의미했지만 오래된 세계의 느낌을 나는 지울 수가 없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내 눈 앞에 펼쳐져있었다. 파도에 따라 움직이는 물결 속의 파선들은 셀 수 없는 나이테를 그리며 넘실댔다. 고르지 않은 풀과 돌부리로 가득한 언덕 주변에서는 거친 생명력이 전해졌다. 지난 세월이 느껴지는 빛바랜 건물도 바다와 같은 나이 든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허물고 새로운 것만 만드는 곳에서 온 나로서는 볼 수 없는 광경들. 시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생각했다. 인간을 위한 것으로 채워진 세상이 편리했던 나에게 태초의 자연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거리낌 없는 해방감이 스며들기도 했다.


변화를 쫓아가지 않는 시간은 구식이 될 줄 알았는데 변치 않는 오롯함을 남길 수도 있나보다. 모든것이 제자리에 놓인 더 이상 모자랄 것도 없는 곳이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변치 않을 고조만의 보배로운 가치가 지금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을까? 문득 들었던 생각은 나는 처음에서 어떻게 바뀌어 온 것일까?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 궁금해졌다. 정작 다른 사람을 신경 쓰다 본연의 나를 잃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천천히 내 마음을 따라가 알고 싶었다 아마 어딘가 깊숙이 애타게 찾아 주길 바랐던 내가 존재할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나에게 아쉬웠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며 곧 나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랐다. 현재에서 과거로 온 것일까? 아니면 단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걸까? 내가 고조에 있는 지금 시간은 이미 변해 버린 것 같았다. 마음 속에 스며든 미세한 전율은 나의 존재를 불러일으키며 지금 이곳에 서 있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몰타에 있는 동안은 나로서 살 수 있으리라. 신기한 타임슬립을 겪으며 내 마음은 어느새 주위 경관과 함께 평화로워졌다. 낡고 묵어 사라져 가는 모습이 아닌 신비로운 깊이감이 감도는 주변 곳곳은 오묘한 기운이 여전히 퍼져 있었다. 고조는 고조답게 나는 나답게. 우리 각자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면 되겠지. 우선 놀라울 정도로 시간이 느리게 흐를 것 같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나를 만나 봐야겠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 미묘하게 변해 가더라.이 마음의 변화가 나다움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몰타' 왜 몰랐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