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Malta)'
서점가를 꽉 채운 여행서적들. 세계 곳곳을 누빈 에세이와 가이드북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지만, 아직도 책 한 권 없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궁금해지지 않는가?
한 장에 담긴 세계지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크기. 세계에서 가장 게으르지만 살기에도 좋은 나라. 비가 내리지 않는 화창한 날씨에 여름이 마지막까지 영원한 곳. 수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수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섬. 이는 모두 이름마저도 낯선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Malta)'를 설명하는 말이다.
몰타(Malta)의 정식 명칭은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으로 아프리카 국가인 리비아의 북쪽, 유럽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남쪽 부근에 위치해 있는 작은 섬나라이다. 면적은 제주도의 6분의 1 정도로 인구 4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지중해 정중앙에 자리한 지리적 조건으로 일찍이 세계열강들의 침입과 지배를 받으며 (페니키아, 로마, 비잔틴 제국, 영국, 프랑스, 아랍 등) 여러 문명의 흔적을 지니게 되었다.
몰타는 과거 영국에 160여 년간 지배를 당한 뒤, 1964년에 독립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몰타어를 함께 사용하게 됐다. 영국의 대표적인 상징인 빨간 우체통이 몰타 신시가지 곳곳에 자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러 언어(몰타어, 영어, 이탈리아어, 아랍어)를 사용하는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으며, 북아프리카, 유럽, 아랍권 등의 민족이 혼합된 모습을 띄기도 한다. 이처럼 몰타를 방문한다면 오묘하게 뒤섞인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몰타는 총 세 개의 섬으로 나눠져 있다. 수도 발레타(Valletta)가 있는 본 섬 몰타. 세계 최고령 건축물인 주간 티아(Ggantija) 신전이 있는 두 번째로 큰 섬 고조(Gozo) 그리고 몰타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코발트빛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코미노(Comino) 섬이다.
수도 전체가 중세시대 건축 양식을 띄고 있는 발레타(Valletta)의 구시가지와 선사시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고조(Gozo)의 거석 사원, 자연 그대로의 흐름으로 지켜온 코미노(Comino)의 경관은 지난 세월의 자취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마치 고대와 중세를 넘나드는 과거로의 여행, 몰타에 있는 동안은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마저 든다.
가까운 과거에는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2년간 프랑스에 지배를 당했으며, 그 이후 영국에 다시 점령을 당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몰타는 2004년 EU 회원국이 되었는데, 아픈 역사의 흔적이라지만 지금은 나라의 부존자원으로 영국식 영어를 가르치는 어학원들이 이 작은 섬 곳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덕분에 몰타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한국인이 점차 늘어나며 아는 사람만 안다는 알짜배기 숨은 영어 연수지로 세상에 조금씩 알려져 갔다. 하지만 아직까지 몰타가 나라인지, 도시인지 그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몰타를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이다.
몰타의 건축물은 폐허 같기도, 버려진 역사의 구조물 같기도 한 낡고 바래 진 고색 짙은 정경이 두드러진다. 대부분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 이것이 몰타를 생각하면 떠올리게 되는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2013년 개봉된 영화 <월드워 Z>에 나왔던 이스라엘 예루살렘 장벽 신이 몰타에서 촬영되었던 것도 다 미색 짙은 건물이 자아내는 엇비슷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몰타는 50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 준 거석과 신전 그리고 신의 영역과 같은 청정의 자연이 더해져 이제껏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었던 신기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처럼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침입과 전쟁 속에서도 오늘날의 몰타는 현대적인 보수를 조금씩 거치고는 있지만, 과거 그대로의 색감과 건축을 변함없이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더욱 다양해지는 몰타는 각종 파티, 해양스포츠, 문화 축제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많은 젊은이들이 몰타를 찾는 이유에도 밤새도록 이어지는 클럽 파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카지노, 영화관,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는 클럽가 파쳐빌(Paceville)의 파티 문화는 각종 이벤트를 선보이며 고대 박물관 같은 도시의 색다른 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휴양지를 떠올렸다면 밤의 몰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기대하여도 좋을 것이다. 아마도 스페인 환락의 섬 이비자(Ibiza)의 대형 클럽에서 뿌려지는 거품 세례 못지않은 열광의 밤을 몰타에서도 느낄 수 있을 터이니.
저렴한 물가, 영국식 영어연수, 유럽여행을 위한 최적의 위치, 한국과 비슷한 치안까지 갖추고 있는 떠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 시간이 지나면 허물고 새로운 것만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에 사는 한국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나라' 몰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몰타에서 만났던 리비아 친구가 말했던 MALTA(몰타) 5 행시
M make friends(친구를 만들고)
A amazing weather(기가 막힌 날씨에)
L live happy(행복한 삶과)
T the best vacation(최고의 방학이 있는)
A always enjoy every min(매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