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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지 Feb 21. 2016

자발적 아웃사이더

자유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 

새벽 6시 아직 이르긴 하지만 두 눈이 자연스레 떠진다.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빈방은 없는지 혹시 룸메이트를 구하진 않는지 어제 봤던 글을  또다시 살펴보았다.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만 되면 사무실로 찾아가 집 찾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어제도 말했잖아요. 근처 부동산 가서 알아보는 게 제일 빨라요. 가끔 몰타대학교에 룸메이트 구하는 종이 붙어있던데 거길 가보시던지.."


3년 전 지중해가 보이는 넓고 저렴한 플랫에서 성격 좋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살았다는 한 지인의 이야기. 출국 전 통화로 짧게 전해 들은 그 희소한 경험담이 아직도 생각난다. 나도 그렇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면서도 (그냥저냥 부러워서) 그저 같은 행운을 만나길 바라며 부지런히 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성수기 월세 인상에 집착하고 벽지에 조그마한 문제가 생겨도 변상을 해야 한다는 집주인과의 대화에선 당연히 계약의 진전이 없었다. 


게다가 함께 집을 보러 다닐 친구는커녕 제대로 말 붙일 사람조차 만나지 못했다. 배정받은 어학교 수업은 레벨이 맞지 않아 일주일 동안 반만 세 번을 옮겨 다녔다. 정신없이 수업을 변경하며 새 친구들을 만났지만 모두가 낯설었다. 서로 장난도 치고 이름도 자연스럽게 부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유령 같았다.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걱정. 새로운 사람들과는 거리감이 생기고  의도치 않게 자발적인 아웃사이더가 된 것 같았다.

사실 몰타에 오면 금방 즐거워질 줄 알았던 내 마음은 이미 무기력해졌다. 그토록 원했던 자유인데 떠나는 순간 행복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생각은 내 착각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이사 갈 집만 찾아 돌아다니며 이 좋은 시간을 즐기기보다는 내내 불안감에 사로잡혀 허비하고 있었다. 내 기준에 맞춘 생각들로 인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지내고 있지만 나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현재를 자유라 느끼면서도 주위 의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 벗어나지도 속해있지도 못하는 아웃사이더라는 증거였다.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자유라 생각했지만 내가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나에게 갇혀 있었다. 나는 내 생각에 얽매여 그 무엇도 받아들이질 않았다. 현재가 또 다른 틀 속을 향해가는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 문제는 새로운 세계 속으로 가 아닌 고립된 나 자신 속으로였다. 자유, 참 어렵고도 힘들다.  



   세계를 그냥 자기 속에서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알기로 했느냐”

-헤르멘 헤세의 소설 데미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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