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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지 Feb 19. 2016

This is not Malta

전혀 다른 세상 속의 나 

새벽 1시, 비행기 탑승을 하고서 의자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깨어났을 땐 이미 두바이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잠결에 정신은 없었지만 다시 몰타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공항 내부로 들어섰다. 긴 통로를 20분 정도 걷고 나서야 To  Malta라고 적힌 탑승구를 확인했다. “드디어 몰타를 가는구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내 눈은 흔들림 없이 MALTA라는 글자를 바라보았다. 느닷없이 잦아든 긴장감에 마음은 두려움과 설렘이 아리송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또다시 잠이 든 나는 좌석을 바로 세우려는 승무원들의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분위기로 봐선 곧 몰타에 도착할 것 같았다. 몇 시간 안 잔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이야, 비행기가  착륙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꺼내려했다.  

!@#$%^&*()  destination? 


말이 후다닥 지나가 알아듣지 못한 나는 승무원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그녀는 내게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었다. 당연한 것을 왜 물을까? 나는 몰타라고 말했다. 


"This is not Malta, This is Cyprus'' 

그녀가 웃으면서 말하는 순간 나는 이 친절한 안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뭐?? 몰타가 아니라고? “ 나는 대략 5초간 혹시 잘못 탄 것은 아닌지 재빨리 두바이 공항의 내 모습을 생각했다. 분명히 Malta라는 최종 행선지를 확인했고 티켓에도 그렇게 적혀있는데 어떻게 된 거지?? 결국 상황 얘기를 들어보니 사이프러스는 몰타 전 잠깐 들리는 경유지로 일부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 가끔 비행기 청소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세상에 내가 모르고 사이프러스에서 내렸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군.


다시 비행기를 타고서 얼마 뒤 곧 몰타에 도착할 거라는 기내 방송이 들렸다. 창밖을 통해 비친 몰타의 하늘은 꽤 우울했다. 낡은 건물들이 어수선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날씨 탓인지 바깥은 휑하게까지 느껴졌다. 주변 분위기가 내가 생각했던 푸른 하늘 아래 섬과는 전혀 달랐지만 이내 본 적 없는 풍경들에 나도 모르게 딴 세상 구경 중이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녹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지붕이 없는 건물, 창문이 뻥 뚫려 있는 집, 무너진 담장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폐허 같기도 버려진 역사의 구조물 같기도 한 그 모습에 잠시 눈을 멈추게 되었다.


곧이어 바다와 함께 시야가 확 트이며 내 눈 앞에는 거대한 성곽도시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미색의 향연은 과연 무엇일까? 창문 너머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세기를 추정할 수 없는 한 폭의 명화 같은 모습이었다. 타임머신 같은 유치한 상상은 예전에 버린 지 오래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오래된 도시에서 묻어나는 고색 짙은 풍경은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영화의 한 장면도 드라마 속 세트장도 아니었다.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었다.


This is real Malta.


세기를 추정할 수 없는 미색의 성곽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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