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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지 May 28. 2020

스웨덴 '코로나 전략'이 집단면역?

스웨덴 코로나 현지상황 사실은 이렇습니다. 

최근 갑작스럽게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 다들 내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지? 별 일 없지?" 그들은 내가 모르는 스웨덴에 관련된 소식도 알려주었다. 바로 스웨덴이 국민을 대상으로 '집단면역'을 실험한다는 사실이었다.


관련된 취재 영상을 보니 스웨덴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거나 식당 야외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시내의 거리를 활보하고 쇼핑도 하며 평소처럼 지내는 듯 보인다. 이게 다 집단면역으로 인해 가능한거냐 걱정을 내비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웨덴은 집단 면역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적이 없다. 국민을 상대로 실험을 하다니 말도 안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웨덴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걸까?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놀드스탄(Nordstan)의 전경. 평소 쇼핑객으로 붐비는 곳이지만 현저히 이용객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스웨덴에 퍼지기 시작했을 초기 단계에는 집단 면역을 대응책으로 고려한 바는 있다.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문화적 특성상 그룹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적으니 천천히 감염되어 약자(기저질환 환자, 노년층)를 보호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구축, 바이러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론된 논쟁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고려된 적은 있지만 시행된 바는 없는 대응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러한 면역성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실치 않는데 그걸 국민에게 실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집단면역처럼 광범위한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되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추측과 예상만 난무하지 그걸 정확히 아는 자가 없다.


스웨덴은 이미 코로나19가 장기적인 사태라 예상해 국가를 폐쇄하느냐 집단 면역을 달성하느냐 이 두 가지 대응책을 놓고 봤을 때 집단 면역으로 의견이 기울었던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스웨덴 보건당국은 이미 3월 중순 코로나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면역은 우리가 추구하는 전략이 아니다"라고 명백히 밝힌 바 있다.


현재 스웨덴은 감염확산을 최대한 제한하고 늦추기 위한 노력을 대응전략이라 발표, 장기적인 법안을 계속 도입중이다. 50명 이상 모임 금지, 여행객 출입 금지, 노인시설 방문 금지 등 매일 코로나 기자회견을 통해서 새롭게 강화된 규제를 알리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 전국에 있는 슈퍼, 상점 계산대 앞에는 칸막이가 설치 되었다.


만약에라도 집단면역을 실험했다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 시민들도 갑작스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 일상을 유지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직, 서비스직을 제외한 업종은 대부분이 자택근무를 하고 있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Göteborg)에 위치한 자동차 회사 볼보는 부품 조달 문제 및 코로나 확산 방지를 막고자 3월 25일부터 재택근무가 아닌 6주간 전직원 유급 휴직에 들어갔으며, 이는 올해 10월까지 이미 연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계약직 컨설턴트는 이미 5000명이 해고되었다. 키즈카페, 헬스장은 영업을 중단한 곳이 많으며 식당은 영업시간을 단축한 곳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성인교육 기관은 전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원격 수업을 이어가겠다 발표한 교육기관이 대부분이다. 다만 중학교, 초등학교, 어린이집은 학교 재량에 맡긴 상황이라 거의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지만, 등교를 하지 않는 학생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타격과 일상의 변화는 스웨덴에 사는 모두가 느끼고 있다. 



집단면역처럼 보이는 이유는?


스웨덴은 인구밀도가 평방 킬로미터 당 25.4명으로 면적에 비해 인구가 굉장히 적다. 게다가 1인 가정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평균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혼자서 산다. 누구 도움 없이 개인의 힘으로 살아가는 게 생활화되어 있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중요시하다 보니 서로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게 일상적이다. 이처럼 문화의 특성을 고려하면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력히 권고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실천된다. 


스웨덴 시민들은 정부의 대응 방침도 따르려고 노력한다. 불안해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믿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외출을 삼가하고 자가 격리를 하며 스스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대처한다. 스웨덴은 감기나 몸살과 같은 경증 질환으로도 집에서 쉬거나 혹은 자택근무를 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코로나 사태와 같은 자가격리가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이 증상이 느껴지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집에 머문다.


하지만 문제는 무증상자이다. 증상이 없을 때는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여기서 더 문제는 전염병에 대한 사전예방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 나올 때는 옷소매로 입을 막는 것 외에는 예방 에티켓이 별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메르스, 사스와 같은 전염병 사태를 이미 겪은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전염병 역사를 찾아볼 수가 없는 나라이다. 그러니 전염병에 대한 사전 인식이 부족하다. 


마스크를 구입할 곳도 생산하는 곳도 없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면 감염자라 여기는 경우가 있어서 마스크를 쓰기가 겁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외출에 통제가 없다보니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외출을 하면서 보여진 모습이 부분적으로 집단면역을 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고는 충분히 여겨진다. 나조차도 밖을 나가면 순간적으로 거리의 풍경이 코로나 사태 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외출시 감염예방에 대한 권고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스웨덴은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물품, 장비, 인력이 매우 적은 상태이다. 감염 여부 테스트 도구를 만들기 위한 자원조차도 충분하지 못하며, 스웨덴 군에서 야전병원을 짓고 있지만 여전히 입원실 또한 부족하다. 그러니 집단면역을 의도적으로 실험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스웨덴의 부족한 의료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집단면역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보는 거다. 유럽 질병 보호국 ECDC은 스웨덴에 코로나 감염 테스트에 필요한 장비 부족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증상이 의심되는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가 없다. 3월 13일 권고된 사항으로 아픈 사람만 우선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료물품이 부족하기에 위험그룹부터 보호하기 위해 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기저질환 환자, 고령자, 특히 요양원이나 노인 보호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검사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로 인해 일반 환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스웨덴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다져진 오랜 복지 정책으로 인해 아픈 사람이 먼저 치료 받는 걸 당연시 여긴다. 


더불어 더 많은 테스트가 가능한 방법을 시험 운영 중이며 조만간 테스트가 전국적으로 확장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그 시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처럼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 스웨덴의 수학 통계학 교수 톰 브리튼(Tom Britton)은 현재 스웨덴에 감염된 사람이 50만에서 100만 명 사이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노년층과 의료체계 보호 


스웨덴 정부가 이번 사태로 가장 큰 비판을 받은 점이 있다면 바로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휴교령을 선언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학교를 닫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의료계 보호를 위해서다. 대부분의 부부가 맞벌이인 스웨덴 문화에서 학교를 휴교하게 되면 자녀를 둔 많은 의료진이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이는 25% 정도의 의료 노동력을 잃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스웨덴 의료계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사회복지국가 의료의 장점은 모두가 평등하게 걱정 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힘겹게 이어갔던 모두를 위한 의료체계이다. 지금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에서는 이러한 의료의 혜택이 맹점으로 드러난다. 대학병원 전 중간에 들를 수 있는 병원이 없고 의료진,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여진다. 스웨덴 정부는 의료계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새로운 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외출이 힘든 노년층 이웃을 돕기 위한 주민의 문구 “음식구매 혹은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주세요”


한편 스웨덴 밖에서는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실험을 하게 된 이유를 들며 억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중에는 노년층 인구를 감소시켜 복지재정을 충당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를 뿐더러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을 스웨덴에서는 취하고 있다. 인근 유럽국가처럼 통행금지령과 같은 강한 조치는 70세 이상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지금은 그들의 물품을 대신 사주거나 필요한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도 늘고 있다. 4월 1일자로 요양원, 노인시설은 방문 자체가 금지된 상태이다.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이 독자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보여진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대처가 느슨하고 강경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크다. 50명 이상 공개 행사를 어길시에는 6개월 동안 징역 혹은 벌금형이 부과되지만 식사시 거리유지, 실내 활동시 그룹활동 금지 등처럼 사실상 권고에 그친 것들이 많다. 이는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스웨덴 정부에서 더 적극적이고 강한 조치로 감염 확산을 막아야 될 부분으로 여겨진다.


개인의 삶의 질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국민들에게 더 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정답을 모르는 상태이다. 각 나라의 상황, 문화적 특성에 따라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원하는 건 다르지 않다. 감염확산 그리고 감염자를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모두가 그걸 선택하겠지만 이 사태가 끝나기 전까진 우린 뭐가 더 나았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현재 명확한 것은 이 사태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아주 기나긴 실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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