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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지 May 31. 2020

코로나 때문에 등장한 '수학 자원봉사자'들

스웨덴의 원격 교육,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17일부터 스웨덴의 고등학교, 대학교, 성인교육기관은 폐쇄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전 세계 많은 학교들이 휴교령을 선언했다. 스웨덴 정부도 3월 17일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대학교, 성인교육기관에 폐쇄 조치를 내렸다. 이는 코로나 기자회견을 통해 스테판 뢰벤(Stefan Löfvén)총리가 직접 전달한 사항으로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40만 명의 스웨덴 학생들이 현재 원격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어 교원으로 일하고 있던 나는 3월 18일 이후 수업을 원격으로 준비해야 했다. 우선 학교 측은 모든 수업을 한 주 연기, 원격 강의에 대한 세미나를 급히 마련했다. 원격 수업 첫 날은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을 이용해 수업을 하던 도중, 옆 방에 있던 세 살배기 아들의 울음소리가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니 다행히 괜찮다며 이해해준다. 


판서 대신에 온라인 화이트보드를 이용하고 그룹 나누기 기능을 이용해 짝활동을 유도했다. 내가 문법적인 설명을 할 때는 일시적으로 학생들만 전체 음소거를 했다. 기능은 익힌대로 잘 사용했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누군가의 오디오 설정에 문제가 있어 모두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지기도 했다. 수업을 이어갈 수 있어 다행이기도 했지만 원격수업,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한국어 원격 수업을 준비하며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웨덴 원격 교육 

스웨덴에서는 원격 수업이라는 말이 생소하진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과 거리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Komvux(성인고등교육기관)와 각 대학에서 원격 코스를 꾸준히 늘려왔다. 스웨덴 대학생 4명 중 1명이 원격 수업을 받았을 정도로 꽤 보편적인 방식이다.


스웨덴인들은 개인의 책임을 중시하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서인지 원격 수업과 같은 유연한 학습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수업은 주로 과제제출 형식이라 거의 독학에 가깝다. 교수자와 학생이 본질적으로 시간과 공간에서 분리되어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원격 교육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스웨덴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원격 수업의 형태이다. 수업은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진행되는 쌍방향, 수업 내용을 녹화하는 단방향 방식이 고루 진행되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교류, 정기적인 수업 일정을 따르고 있다.  


현재 스웨덴의 대학가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는 현재 원격 수업을 실시 중이다. 말뫼 대학(Malmö University)은 3월 16일부터 원격 교육으로 전환, 우메오대학(Umeå University) 또한 3월 18일부터 강의, 회의를 원격으로 변경했다. 예테보리 대학교에서는 점진적으로 변경하며 지난 3월 26일부터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대체되었다. 


예테보리 법학대학은 기존의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을 녹화해서 올리는 단방향과 라이브 수업 쌍방향을 함께 진행 중이다. 학생 수가 200명 가까이 되다보니 동시 접속에 어려움을 겪어 미리 녹화된 수업 내용을 숙지하고 본 수업 시간에는 그룹으로 나누어 쌍방향 토론을 한다. 


스웨덴 전국의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로 원격 수업을 진행 중이다. 예테보리에서 가장 큰 규모로 350년 역사를 지닌 빗펠스카(Hvitfeldtska)고등학교의 교장 피터 팍 라르손(Peter Park Larsson)씨는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의 권고가 내려지기 일주일 전부터 원격 수업을 예상하여 교사들과 방법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학교 내에서 감염자가 한 명 발생하여 일찌감치 원격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요청도 있었다.


3월 19일 이후로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집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원격 수업 초반에는 교사들도 학교에 나와 준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택근무령이 강력히 권고되는 바람에 현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일부 교사만 학교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서로간의 간격을 유지하여 앉아있다. 사진출처 imagebank.sweden.se


온라인으로 불가능 한 시험은 규모가 큰 홀에서 서로 간의 일정 거리를 두어 착석, 학생들이 학교에 출입하고 시험장에 들어 올때도 마찬가지로 간격은 항시 유지된다. 하지만 IB 프로그램(IB-International Baccalaureat: 국제대학 입시를 위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정)의 경우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험이 취소되어 내신으로 대체 될 예정이라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입장이 난감한 상황이다. 


스웨덴은 유럽의 IT 강국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이른바 1-1(일대일) 학교라 불린다. 즉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빌린 Chromebook(크롬북)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 빗펠스카 고등학교는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교사가 자료를 게시하는 방식을 이전부터 사용하였으며, 현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출석과 결석, 그리고 예습, 복습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평소와 같이 학생의 출석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며 학생이 수업 시간에 로그인 하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결석 처리가 된다.


라르손씨에 따르면 스웨덴 교육의 핵심 가치로 꼽히는 독립적인 사고가 스스로 학업의 책임이 더 부과된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간 사회적인 접촉 없이 수업을 계속 진행한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길 수 있음을 강조했다. 원격 수업은 실제 수업과 달리 학생들의 직접적인 반응이 느껴지지 않아 교사들이 수업을 이끌어가기가 힘들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때 학생들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도 문제로 삼았다. 


시험 평가와 관련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게 시급하며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국 스웨덴교사 협회 회장인 오사 팔렌(Åsa Fahlén) 또한 교실에서 하던 교육을 원격으로 즉시 대체하기는 어려우며, 교사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수업의 질은 전처럼 채우기 어렵기에 모두가 합리적인 기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CSN은 학생금융지원시스템으로 스웨덴 학생들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다.


CSN의 문제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스웨덴 학생들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바로 CSN이다. CSN은 스웨덴 교육부에 의해 관리되는 학생금융지원시스템으로 학생들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다. 스웨덴의 모든 고등학생은 매달 1250kr(한화 약 17만 원), 대학생은 2715kr (한화 약 35만 원)장학금을 받는다. 대학생의 경우에는 생활비용 대출도 가능하기에 일을 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 대출 이자가 0.19%에 불과하고 상환기간도 장기적이다. 금액도 수입에 맞게 책정되기에 대출에 부담이 없어 모두가 CSN을 이용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업이 취소가 될시, 학비 지원이 끊기게 되면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생계가 막막해질 수도 있다. 교육부는 원격 수업이 진행되는 한 등록금, 연구비는 지급될 것이라 밝혔지만 대학의 경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지원금 신청에 지장을 받는다. 고등학교는 한 달에 4시간 이상 무단 결석시 지원이 끊긴다. 이미 달라나 대학 (Högskolan Dalarna)의 경우 원격 수업을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CSN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알린 바 있다. 현재는 많은 시험이 취소, 연기되고 있어 학점 취득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원 여부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학 자원봉사자? 원격 수업으로 인해 혼자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무료 수학 도움 사이트dothemath.se. 



스웨덴 전역의 수학 자원봉사자 


현재 스웨덴에선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늘고 있다. KTH(스웨덴 왕립 공과대학교) 재학생인 소피 오스트룀(Sophie Åström)은 코로나 사태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은 돕고자 무료 수학교육 사이트를 개설했다. 페이스북Facebook을 그룹을 시작으로 현재는 dothemath.se 개설, 만들어진 지 이틀 만에 1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지원했다.


대학생, 은퇴한 교사, 엔지니어들 등으로 이루어진 자원봉사 네트워크는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 화학, 생물학 및 프로그래밍까지도 돕고 있다. 현재까지 2만9000명 이상의 학생과 자원봉사자가 가입되어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필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짝을 이루게 된다. 학생들은 10분 이내에 자원봉사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스웨덴의 원격 수업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 학습이 가능한 고등학생부터 시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스스로 학습에 책임을 지면서 달라진 학습환경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웨덴 정부는 원격 수업은 절대 새로운 형태의 방학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정규 학기 외에 시간을 마련해야할 것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밝혔다. 


또한 의무교육기관은 폐쇄를 준비 중이라 밝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 부모들은 감염노출이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학업 진도가 염려되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상황이다. 스웨덴은 현재까지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어 원격 수업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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