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면 환자라는 고정관념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뒤 세계 곳곳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진 수칙은 거의 동일했다. 손을 자주 씻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며, 밖에서는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유독 '마스크 사용'에 관해서는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마스크 착용을 기본 에티켓으로 삼는 아시아와 다르게 서양에서는 과학적 근거 없는 불필요한 조치로 여겼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독일·오스트리아·체코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서서히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며 마스크의 필요성이 뒤늦게나마 공감대를 얻고 있는 추세다.
반면, 여전히 마스크 없이 코로나19와 맞서는 나라가 있다. 스웨덴이다. 매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부분적인 사회 개방을 유지해 일상생활을 가능케했던 스웨덴. 일찍이 세계는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목한 바 있다. 마치 스웨덴의 거리에는 코로나19가 사라진 듯 사람들은 평소처럼 외출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스웨덴에서는 마스크 없이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것일까?
여전히 마스크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슈퍼에서 장을 보는데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마찬가지. 사람들의 눈길은 줄곧 내게 머물렀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말했다. "아, 정말 불편해서 못 쓰겠어. 모두가 나를 쳐다봐." 스웨덴 사람인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내게 한마디 건넸다. "내가 말했잖아, 사람들은 너를 아프다고 생각할 거야."
시간이 지나면 스웨덴에서도 마스크를 쓰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 없이 살아간다. 그래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비해서 아주 불편한 시선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마스크 착용자는 아시아 이민자 혹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우선 마스크를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착용하면 아픈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다들 착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나와 타인을 위한 보호장비라고 생각하는 내 의지와는 다르게 졸지에 환자로 의심받는 셈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맡길 때 일이다. 한 스웨덴인 아이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엄마, 저 사람은 왜 입을 막고 있어?" 궁금한 듯 물었다. 아이 엄마가 "코로나 알지? 코로나 때문에 쓰고 있는 거야"라고 대답하자 아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되물었다. "그럼 우리는 왜 쓰지 않아?"
사실 아이 엄마가 어떻게 설명할지 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잠시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그 자리에서 벗어난 나는 아이 엄마의 대답을 끝내 듣지 못했다. 스웨덴인 엄마는 과연 뭐라고 대답했을까?
"엄마, 저 사람은 왜 입을 막고 있어?" - "코로나 때문에" - "그럼 우리 왜 안써?" - "..."
스웨덴에서는 마스크 착용자는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어디에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스웨덴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을 예상해 거리두기가 어려운 혼잡한 장소라면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그런 장소를 가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히려 마스크를 고쳐 쓰면서 얼굴을 더 많이 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아픈 사람은 집에 머물고 활동을 자제하는 게 감염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이 감염병 예방의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을 보여왔으며, 그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마스크 착용을 시행할 시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현재 스웨덴 시민들에게 강력히 권고된 사항은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을 시에 반드시 집에 머무를 것' '외출시에는 2미터 정도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게 되면 보호장비로 인해 경미한 증상을 가진 사람도 외출이 가능해져 벌려놓은 사회적 거리가 좁혀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그러면 정부가 내세운 코로나19 방지 전략에 혼선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스웨덴은 다른 국가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지 않으며 대중교통 혼잡이 적은 편으로 '거리두기'를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외출시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고 걷거나 자전거 타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을 피할 수가 없다.
현재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의 대표 대중교통 기관인 베스트라트라픽(västratrafik)에서는 버스·페리·트램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에 맞춰 안내요원을 배치, 이용객 수를 계산하고 조정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부 노선은 버스와 전차를 늘려 최대한 이용객을 분산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 불과 며칠 전 나온 목소리
그런 와중에 스웨덴에서도 '마스크 착용 조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3일 스웨덴인 연구원 및 의사 23명은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감소시킬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보건당국의 입장을 비판하는 서명을 했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한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발생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공공시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감염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실천해야 할 반드시 필요한 조치임을 주장했다.
완전한 사회 봉쇄 없이 부분적 개방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나가겠다는 스웨덴. 하지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매일 수백 명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스웨덴이 초기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해 많은 노년층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웨덴 인접국인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이달 15일부터 국경을 개방했지만 스웨덴 입국은 허가하지 않은 상태다. 다른 북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사망자가 배에 달한다. 스웨덴은 이웃국가로부터 '코로나 위험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올 하반기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스웨덴 정부는 더욱 강화된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