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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촌동진도리 Nov 10. 2018

갈라파고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유

갈라파고스 크루즈 여행기



"내가 갈라파고스에서 받은 압도적인 인상은 동물들이 온순하다는 것, 그리고 식생이 거의 '화성처럼' 기이하다는 것이었다."


 -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 2: 나의 과학 인생 中





나는 신혼여행을 갈라파고스로 갔다.


 한국에서는 비행기로 꼬박 이틀이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지구 반대편 미지의 섬. 생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그 이름은 묘하게 익숙하지만 정작 가본 사람은 찾기 힘든 곳이자, 리처도 도킨스 아저씨의 말대로, 마치 지구별이 아니라 화성에 떨어진 것과 같은 생소환 환경의 장소.

갈라파고스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거북이, 산타 크루즈 섬에서 직접 촬영.


 원래 남편은 신혼여행지에 관한 별 다른 의견이 없었다. 남편은 단순히 갈라파고스라는 생경한 이름의 장소가 보통의 신혼여행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져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 바람에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봄날, 우리는 아무 계획도 사전 조사도 없이 일단 그해 초겨울에 갈라파고스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미국에서만 두 번 경유를 하고, 에콰도르의 과야킬을 거쳐 갈라파고스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다.


서울에서 바로 날아가도 하루 하고도 다섯시간이 걸릴만한 거리 (당연히 직항편 따위 없음, 구글맵 캡쳐)



내가 굳이 갈라파고스를 우리의 신혼 여행지로 정한 이유 중 하나는, 그때 읽고 있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 《나의 과학 인생》의 영향이 컸다. 리처드 도킨스는 갈라파고스를 일컬어 '나 같은 다윈주의자(Darwinist)들의 순례지'라고 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갈라파고스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동물과 식물종들이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갈라파고스를 방문하기 전에는 생물 종이 변화(진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지만, 갈라파고스에서 수집한 많은 자료와 표본들을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가 연구한 후 생물 종이 그 당시의 믿음처럼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갈라파고스의 상징과도 같은 파란 발 부비! @patriciocorazon



다른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에 캥거루와 코알라 등 고유한 특유의 종이 존재하듯,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가까운 아메리카 대륙은 약 1,000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륙과 다르게 갈라파고스의 자연환경에만 특별히 적응한 특이한 생물종들이 많이 존재한다.

또, 그뿐만 아니라 19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각 섬마다' 그 섬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적응해 온 서로 같지만 조금씩 다른 생물들이 존재한다.

갈라파고스가 대륙과 멀리 떨어져 거의 고립되어 고유한 동식물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섬에 유사한 동물 종이 존재하나 각각의 섬의 생태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이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 셈이다.

찰스 다윈을 싣고 호주와 갈라파고스 등지를 항해한 비글호 BY Owen Stanley
작은 섬들이 모여 갈라파고스 제도를 이루고 있다 (구글맵 캡쳐)



떠나기 전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뒤적뒤적 찾아보니,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갈라파고스의 마을에 머물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데이 투어에 참여하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구석구석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며칠간의 크루즈 투어에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서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마을은 산타 크루즈 섬의 푸에트로 아요라와, 산 크리스토발 섬의 푸에트로 바케리소모레노 두 섬이다. 다양한 데이투어에 참여해 갈라파고스를 돌아보는 것도 그때그때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일정을 결정할 수 있다 등등의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하루 간의 데이투어로는 갈라파고스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힘들다는 후기가 많았다.



크루즈 투어의 경우 그 날 그 날의 일정을 마치고, 승객들이 잠자는 밤 시간을 이용해 다른 섬으로 이동하므로 이동 시간을 아껴서 더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짧은 데이 투어로는 갈 수 없는 마을에서 먼 곳도 잘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따라서 나는 이왕 갈라파고스에 갈 거면, 갈라파고스 각각의 섬의 생태를 더 자세히 돌아볼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크루즈 여행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 다는 것이었지만... 크루즈 투어 시작일이 다가 올 수록 여행사에서 여러 가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기에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주로 크루즈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크루즈 투어의 일정에 맞춰서 비행기 표를 사지만, 우리는 어떤 크루즈 투어에 참가할 것인지 정하지 않은 채로 비행기표만을 먼저 끊었다.


여행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아있으므로, 우리가 갈 시점의 크루즈 투어는 아직 어떤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지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갈라파고스에서 15일 동안 체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는 크루즈 투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갈라파고스 크루즈들. 출처 :  https://www.liveaboard.com



역시, 여행일자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진행하는 프로모션들을 잘 골라서, 크루즈를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에는 갈라파고스를 더 잘 즐기기 위해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장기 휴가를 위한 업무계획을 세우는 등 일상에 충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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