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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쓰기 시작하다

왜 그렇게 무례해요? (feat. 뒷담화)

by Sujin Keen

지난 봄, 난생 처음 작사에 도전했다.


운이 좋게 핫펠트가 여는 작사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에 힘들 때 자주 그녀의 곡을 찾았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랑을 한걸까 늘 궁금했다.

노래를 들을수록 동갑내기 그녀와 동화되는 느낌이다.


hatfelt.jpg



나 또한 당시에는 지난 연애의 한이 풀리기 전이었다.

그녀처럼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담고 싶었다.

하지만 상처를 표현하기에 verse가 짧게만 느껴졌다.


마침 포털 메인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댓글로 욕을 실컷 먹고 가사를 써보았다.

사실 포털 댓글 상처는 생각보다 의연했다.


진짜 상처를 준 뒷담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그 이야기를 정갈하게 쓰기는 힘들어 만연체로...


남자친구가 어느 날 잠수를 탔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되어 이유를 캐물었다. 전날 그의 절친으로부터 나에 대한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발언자들에게 사과 중개를 요청했으나 자기가 얘기를 퍼트린게 되니 나를 만류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 자다가도 숨이 답답해 결국 그 중 한 명에게 직접 컨택을 했다. 그 사건 이후 전 남친이라는 작자는 절친과 관계가 끊길까 전전긍긍하더라. 그리고 어느 날 이 문제에 대해 절친과 잘 풀었다고 뿌듯해 한다. 왜 나한테 사과는 안하고 자기네들끼리 미안해하고 사과하지..? 분이 안풀린 나는 헤어지기 전 그들끼리 나눈 카톡 음담패설과 업계 뒷담화 카톡을 확보했다. 그때서야 잘못했다고 애걸복걸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자료 삭제를 안하는 나에게 화를 내며 나와의 비디오라도 찍었어야 했다고 후회를 하더라.


오늘 업계 아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저 사건의 연루자 한명이 내 이름이 거론되자

안 좋은 표정을 지었다길래

그치만 아무 말도 안하겠다 하기에

너네는 늘 이런식이구나 싶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사람 업무 평판을 물을 때,

할말하않 이라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누군지 아는 너의 전 여자친구가

지독한 흙수저였다고 그래서 스팽클에 화를 냈다고.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주목받는 어떤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면

사실 그녀가 전 회사에서 남자 문제가 있었다며.


모든 말을 아끼는 척 하면서

머리 속엔 실제보다 최악의 상상을 하게 만들었지.


그리고 그 놈의 남자끼리 모인

몇년생 무슨띠의 향연 같은 카톡방에

새벽에 갑자기 도움 요청 전화가 오면

"여자 문제인가, 큰일이네"

어떻게든 막아줄려고 발동동 구르고는 했지.


너네가 쉽게 얘기하는 그 뒷담화

내가 따지고 정정할수록 노이즈만 커져서

결국 모든 짐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기에

난 침묵할 수밖에 없지.


어떤 대표의 법적으로 판결난 성추행, 성폭행 얘기도

이중에서 솔직히 안그럴 자신 있냐? 너넨 떳떳하냐?

라고 남자들끼리 감싸주기 그지 없었지.


말도 안되는 소문에

사람이 등 돌린다는게 충격이었지

너와 그가 절친인건 알겠다만

나와 보낸 시간의 밀도는 무엇인가.

객관적으로 사실이어도 그건 나를 욕할 일도 아니고

그래도 너의 여자친구에 대해 뒷담화를 저지른 그에게

입 조심하라고 당부 하나 못할 일인가.


그 사이 의리를 지키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너에게 좌절했고

너의 약점을 손에 쥔 나에게 애걸복걸하는

너에게 두번 좌절했지


오늘 떠오른 나쁜 기억에 장장 몇 시간을 날리고

덕분에 나는 잠을 청할 수 있는 시간이 줄겠지.


아마 당신들의 뒷담화 예방 주사 덕분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달아놓은 댓글들이

그토록 무심할 정도로 의연했나 보다.


그럼에도 트라우마가 나를 지배하게 하지는 말자.

과거의 사건에 현재의 인생을 맡기기에 아까우니까.


힘들 때 우울한 가사들을 찾았다.

나와 같은 불행에 빠진 누군가가 본다면

그래도 그 우울을 딛고 나왔으며 한다.


내가 과거에 불행한 사건을 접한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하지만 불행한 상태를 붙들고 사는건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인 거죠.


물론 살면서 나쁜 기억을 깨끗이 잊을 순 없겠죠.

나중에 직접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아주 태연하게 웃어보도록 할게요.



상처가 돼요 (핫펠트 - 위로가 돼요 오마쥬)


왜 그렇게 무례해요

갓 내린 와플처럼

바사삭해


모든 말에

하나하나

어쩜 그렇게 전부

상처-주는지


있-잖아요

보고있어

내가 다치지 않게

배려해요


아픈 날 왜

즐거워해

쿨한 척해보면

섭섭-하겠죠


혹시 트루먼쇼 찍고있나요?

나혼자 속이고 모두가 아나요?

보통 언제 시청해요?

혹시 다음 시나리오 조금만 힌트 주세요


알고 싶어져요

그대의 마음 전부 풀렸는지

그대 또한 등장 인물이면

그댄 잘-알텐데


그러니 와플을 멈춰요

그댄 내게 상처가 돼요

just give me 선플선플 then I'll follow


잠들기 전 그날 와플을 다시봐

눈떴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어젯밤 잠든 이후의 와플에

내편을 찾는거라면


그만볼래

랜선을 자르고

주변을 둘러볼래


당신은 떳떳한가요?

난 숨기고 싶지 않아요

여전히 나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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