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하고 싶으세요?
신혼인데 00 해요.
신혼 초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좋아?”였다. 신혼은 마치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어떤 법칙이 있는 것 같은, 좋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저 질문이 불편했다. 신혼이면 꼭 행복해야 하는가? 오히려 맞춰가는 기간이라 더 힘든 시기인 게 아닐까.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어떠 ‘해야 한다’라는 명제는 행복한 결혼에 있어 꽤나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살아오면서 ‘하고 싶다’ 보다는 ‘해야 한다’에 좀 더 집중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엔 학생의 본분인 공부에 집중해야 했고, 남들처럼 좋은 대학에 가야 했으며, 졸업 후에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야 했다. 어느 정도 직장생활에 적응하면 때에 맞춰 결혼을 하고 결혼 후에는 아이를 갖는 것. 통상적인 인생 과업에 맞춰해야 할 일들이었다.
그리고 때마다의 스케줄을 완수하고 나면 행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었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괜찮은 직장을 가지면, 그리고 결혼만 하고 나면! 다음 스텝은 저절로 이루어질 거란 안이한 생각. 이미 겪어봐서 알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대학이, 직장이 내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해주진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단지 새로운 ‘시작’ 일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많은 솔로 남녀에게 ‘결혼’은 인생의 큰 과업 중 하나임엔 틀림이 없다. 결혼 전과 후의 인생은 아예 다른 세계라는 말도 있는 만큼 우리 삶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것이 ‘결혼’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함께 할 그 한 명을 찾아 젊은 시절의 상당시간을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일에 얼마큼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동시에 결혼은 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영역이긴 한 것 같다.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직접 가봐야만 알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나는 나름의 어떠해야 한다는 결혼생활에 대한 표면적인(깊이 없는) 단상들은 가지고 있었는데, 현실에서 그것이 불러온 부작용은 실로 컸다. 아마도 그것을 결혼에 대한 ‘환상’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인 결혼 준비의 시작
무려 연재 첫 번째 글의 제목으로 쓴 ‘결혼은 원래 ‘행복’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라는 다소 시니컬한 문장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싱글 남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중 하나다. 이 말을 하면 이미 오랜 결혼생활을 해온 어른들은 신혼인데 벌써 그걸 알았냐고 신기해하기도, 결혼의 심오한 원리를 일찍 깨달았다며 대견해하기도 한다. 나 역시 결혼 전에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그리고 왜 겪어보지도 않은 행복을 미리 재단하는지 의아했고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라 건데 자조적이고 인생 다 산 듯한 뉘앙스의 저 말을 한 번쯤 깊이 묵상해 줬으면 좋겠다. 내가 못했던 부분이라 그렇다. 달달하고 행복해도 모자랄 신혼부부에게, 혹은 결혼을 준비하는 기대감과 설렘에 마음이 부푼 예랑이 예신이 그리고 알콩달콩 연애 중인 커플들에게 찬물 끼얹는 듯한 저 명제를 기억함은 ‘진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현실적인 준비의 첫 단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을 풀어가고자 한다.
지금 기록해두지 않으면 쉬이 증발해 버릴, ‘지금’이어서 더욱 생생하게 쓸 수 있는 갓 결혼한 여자의 신혼생활의 일면과 결혼에 대한 생각들을 부디 흥미롭게 읽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