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함의 ‘이유’
편안함을 이길만한 것은 잘 없다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 혹은 결혼을 결심할 때 그 결정을 한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성격이 잘 맞아서, 대화가 잘 통해서, 외모가 딱 내 이상형이라서 등과 같은 이유 말이다. 나에게도 그런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이유는 ‘편안함’이었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함을 주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꽤 큰 축복인 것 같다.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눌 때,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도 불편한 상대와는 이런 일들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연애시절 우린 거의 매일 만났다. 나의 직장과 오빠의 집은 가까웠고 거리상의 이점이 있다 보니 주말에 한번 각 잡고 만나 데이트하는 것이 아니라 쉽고 편하게 매일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모처럼의 데이트를 위해 한껏 꾸미고 만난다거나 하는 일은 잘 없었다. 그저 나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보여주게 되었고 오빠도 그것을 좋아했다. 너무 자주 보거나 하면 금방 질리거나 지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 않을 만큼 오히려 꾸밈없이 행동하고 만날 수 있는 이 관계가 편하고 좋았다.
선택의 기회비용
대신 화려한 꽃다발, 로맨틱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럭셔리한 식사와 인위적인 연출이 들어간 깜짝 이벤트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결혼 후 몇 달 뒤에 맞이한 생일날도 평범한 일상과 과히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상대를 좋아하는 이유가 쭈욱 좋은 이유가 되려면, 그리고 결혼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 현상의 이면을 마주하고도 실망하지 않을, 과히 기대하지 않는 마음을 겸비해야 한다. 스무 살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 우연히 읽었던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이란 책에서 좋은 일이 있을 때 너무 좋아하지도, 슬픈 일이 있을 때 너무 슬퍼하지도 않는다는 다소 냉소적인 화자의 태도가 서른 중반이 된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고 해야 할까?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고 ‘진실’이란 바로 그런 것임을 결혼을 전후로 많이 느끼는 중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할인을 할 때면 쉬이 빕스를 간다. 파스타는 집에서 만들어 먹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먹는다. 맛은 웬만한 양식집 그 이상. 장점으로 보였던 것이 어떤 때는 단점이 되기도, 단점이라 치부했던 요소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장점이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 있나 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특정한 ‘이유’로 인한 것이라면 그것이 없어졌을 때 상실감 혹은 그 이유 이면의 좋지 않은 점을 마주했을 때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클 테니까. 그런 측면에서 그저 그 사람이 좋아서 라는 이유밖에 없는 것이 가장 좋은 이유일 수 있겠다.
그 사람, 어떤 점 때문에 좋아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