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에 많이 싸우는 이유
목성에서 온 그대
오빠와 나는 생활패턴이 달랐다. 나는 9 to 6 생활에 익숙했고 오빠는 야행성이었다. 연애 때는 이런 차이가 그리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이 사람이 몇 시에 취침하는지 언제 일어나는 지와 같은 것들은 그저 각자의 영역이라 생각되었다.
결혼을 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자 수면, 식사 시간, 시간 활용 등 삶의 일상적인 부분들이 피부로 다가왔다. 각자의 영역이라 넘겼던 사안들에 쿨하지 못해 졌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향했고 오빠는 정오가 되어서야 기상을 했다. 낮 시간의 대부분은 운동을 하는데 썼고, 저녁을 먹고 쉬다 보면 어느새 잘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지만 오빠는 그때부터 노트북을 켜고 공부나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이렇게 둘이 따로 시공간을 보내는 사이 기대했던 꽁냥한 신혼 분위기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나 버렸다.
나는 오빠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 같았다. 수성과 목성 정도로 비유하면 얼추 비슷할까. 오빠는 정해진 시간표 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남들이 으레, 통상적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물며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사는 방식까지도. 사회가 만든 틀이 아니라 자기를 중심으로 시간을 설계했다. 평범하지 않은 오빠가 처음에는 신기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나처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결혼하고 한 달에 한 번은 크게 싸웠다. 낮에는 430°C, 밤에는 -180°C까지 떨어질 정도로 극단적인 온도차의 수성처럼 내 기분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그리고 그런 나를 오빠는 이해하지 못했다.
덧붙임: 남녀 관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화성과 금성은 그래도 같은 내행성이다.
다름을 수용하는 과정
30년 넘게 살아온 각자의 방식을 단번에 바꾸기란 당연히 쉽지 않다. 몇십 년을 같이 산 가족도 바꾸기 힘든데 이제 고작 몇 달 같이 생활한 배우자를 바꾸는 일이 오죽하겠는가. 차라리 차이를 인정하고 ‘장점’을 찾는 편이 수월할 것이다.
생활 패턴의 차이가 도저히 이해 못 할 부분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자는 시간이 다른 것은 미래에 아이가 생겼을 때 큰 이점이 될 것이고(물론 지금은 오빠가 12시 전 취침에 따라 주고 있다.) 일하고 쉬는 시간이 다른 것은 그만큼 각자의 과업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한 모임이나 기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마주하는 현상들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안 좋게 바라보면 한없이 부정적이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 감사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일이 되었다.
오빠는 길치에 방향치인 나의 내비게이터이고 시간약속은 마치 시계처럼 잘 지키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시계로 살기 때문에 차를 사고 운전하는 것도 남들보다 늦었는데, 나와 만날 당시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했다.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여행 때도 힘든 티 한번 내지 않았다. 기계치인 나와 다르게 컴퓨터, 핸드폰, 통신 장치 등을 잘 다뤄서 관련한 문제들은 알아서 해결해 준다. 나는 정적인 취미가 많은 반면 오빠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인, 글쓰기 등 앉아서 하는 일이 많은 나를 일어나 움직이게 해 줬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운동한다.
어쩌면 문제는 서로 ‘다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이해하기 싫은 마음, 내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보게 하는 힌트이기도 하다. 같아지기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 속에 있는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부족한 건 채워주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윈윈 하는 결혼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혹자는 이 기간을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각자의 방식을 겨루어 이기고 지는 것에 비유하는데, 그보다는 나와 다른 상대를 ‘수용’할 수 있는 맷집을 기르는 시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근육을 키우는 과정은 아프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지나면 이전과 다른 튼튼함이 생긴다. 서로가 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내가 어떤 부분을 양보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이 과정은 지구별에서 둘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필수 코스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