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jiney Feb 28. 2024

아무렇지 않은 척, 발레라는 예술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6화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면 /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는지는 /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으시죠."

고(故) 박완서 작가의 글, <<기나긴 하루>> 의 일부. 좋은 글은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나름의 진한 울림을 준다는 점인데, 이 글 역시 그러하다. 2018~2023년 사이의 지옥에서 난 이 글을 그야말로 기독교인이 주기도문 외듯 생활에 녹였다. 같은 글을, 이달 프리 드 로잔(Prix de Lausanne)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도 떠올리게 될 줄이야.


지난주 발레 학원 가다 만난, "EASY". 인생도 그랬으면. by Sujiney


각설하고. 프리 드 로잔 콩쿠르에선 올해도 한국 학생들이 눈부신 무대를 보여줬다. 입상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게 정말 국뽕 없이 드라이한 팩트로 봐서도 이해가 어려운 만큼. 어쨌든, 파이널리스트가 된 우리 여학생들 4명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본선에 진출한 남학생을 인터뷰하며 나는 또, 많이 배웠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4명 강유정(선화예고)ㆍ김지오(서울예고)ㆍ박이은(서울예고)ㆍ이원겸(선화예고, 가나다 순), 청일점은 이시환(서울예고) 무용수.

기사에 쓰려고 스크린캡쳐 후 콜라주한 이미지컷. by Sujiney


우선 기사는 아래 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8524
링크 직접 연결이 안 되시면 검색창에 발레 로잔 전수진 등을 넣어보시길. 후회 없으리라 자신한다.  




참고로, 좋은 기사의 조건은, 쓰고 싶은 것의 70%만 꾹꾹 눌러 담아서 압축하는 것이라고, 영어신문 시절 미국인 에디터는 얘기하곤 했다. 매년 로잔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5~60% 밖에 쓰지 못했는데 벌써 나에게 주어진 글자 수의 두 배가 되는구나. 아쉽다. 일반 독자들에게도 소구력 있는 포인트들을 주로 쓰다 보니, 주어진 공간이 모자란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남은 30~40%의 핵심을 추려 옮겨본다.

우선, 취미발레인 입장에서 궁금하기 짝이 없는 포인트 아닐까 싶은데, 프리 드 로잔 현장에서 꿈나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어떻게 성장했을까. 이들의 말을 가감 없이 살짝만 윤문 해서 옮긴다. 답변 게재 순서는 이름 가나다 순. 각 답변 뒤 동영상 링크도 붙였다.



Q: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강유정 학생(클래식 작품은 '감자티', 컨템은 'Do you care?')="'감자티'라는 작품을 평소에도 좋아했었어요. 우아하고 당당한 공주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고등학교 1학년 '향상 발표회' 때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부족했어서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클래식
https://youtu.be/VuW3Xfsy-TA?si=E2JA7jLUC19uu0_9
컨템퍼러리  
https://youtu.be/BiJWg7Kf4pI?si=Yr-4NojN_nusJIQD

김지오 학생(클래식 작품은 '코펠리아,' 컨템퍼러리 작품은 'Do you care?')="접수 마지막 날까지도 에스메랄다와 코펠리아 중 고민했어요. 처음엔 에스메랄다를 더 하고 싶었지만, 로잔이라는 큰 무대에선 제가 긴장을 과도하게 해서 실수라도 한다면 너무 아쉽고 후회를 크게 할 것 같아서 안전한 코펠리아를 선택했어요."
클래식
https://youtu.be/mh6vg-7d-wQ?si=u30FBipXj9IefNHI
컨템퍼러리
https://youtu.be/k8XLLRSAUvE?si=cb0Sg_mJ8DY4T88n

박이은 학생(클래식 작품은 '큐피드', 컨템퍼러리 작품은 'You turn me on I'm a radio')="'큐피드'는 평소 저의 성격이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서, 표현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빠른 알레그로보다 느린 아다지오가 편하다고 생각해왔기에 굉장히 짧고 빠른 이 작품은 저에게 큰 도전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더 이상 빠른 알레그로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컨템 작품은 Christopher Wheeldon 의 안무작으로 컨템 작품 중 유일하게 토슈즈를 신고 하는 작품이었어요. 토슈즈를 신고 컨템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다른 작품보다 제가 즐겁게 즐기면서 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정말로 이 작품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고 춤을 추면서 마치 제 춤으로 노래를 부르는 듯했어요."

클래식
https://youtu.be/9U8pXMZYnOE?si=vakNFIfPorrzHtgh
컨템퍼러리
https://youtu.be/IkqY8phmFPY?si=KDqV5prBi0MbIsq7

이원겸 학생(클래식="클래식 작품은 탈리스만, 플로라 중에 고민을 했는데요, 선생님이 한 번 보시고 실력과 상관없이 제 이미지, 제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바로 정해주셨어요. 저도 활기차고 행복해 보이는 플로라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요!"
클래식
https://youtu.be/KFAVkLxvfrA?si=qq2r1kU5B9Ga-GNH
컨템퍼러리
https://youtu.be/BzhHoXNPMX8?si=spxep3iPSKfFypw6

이시환 학생(클래식 작품 '돈키호테' 중 바질, 컨템퍼러리 'Plan to B')="'돈키호테' 바질은 제가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고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은 작품이어서 선택했습니다. 컨템은 빠르면서도 역동적인 부분이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클래식
https://youtu.be/8tnFd-hMKWA?si=neQ2N9qisx4sjkxZ
컨템퍼러리
https://youtu.be/Qi3857kSvZo?si=Zp97NQGWv_az8QWV




Q: 로잔은 클래식뿐 아니라 컨템까지 같이 보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컨템 연습하면서 멍도 많이 들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클래식과는 어떻게 달랐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강유정 학생="컨템은 클래식 발레보다 움직임의 범위가 더 크다는 게 다른 점 같아요. 그만큼 안 쓰던 근육도 써야 하고 생소한 동작들도 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는 동작이 한 번에 익혀지지 않는 편이라 동작을 몸에 익게 하려고 연습을 계속했고요, 머릿속으로 생각도 많이 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건 현대무용 선생님 말씀인데요, 제 춤 안에 저만의 이야기를 더 담아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동작 하나하나에 저만의 이야기와 상상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보다 풍성한 춤을 추는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지오 학생="제가 했던 작품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구르기 동작도 있었고, 멍도 많이 들었어요. 목과 어깨에 담도 많이 왔고요. 육체적으론 힘이 많이 들고, 계속 연습해도 동작이 잘 안 돼서 멘털도 많이 흔들렸어요. 음악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머리보다 늦게 반응을 하니 음악을 자꾸 놓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로잔 준비하면서는 계속 그 작품 음악을 샤워할 때도 평상시에도 항상 틀어놓고 들었어요."

박이은 학생="제가 고른 작품은 플로어 동작이 없어 무릎에 멍이나 상처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토슈즈를 신고 추기에 발톱에 멍이 들었습니다. 컨템에 적합한 토슈즈로 가볍고 롤다운이 편한 프리드를 추천받아서 신게 되었어요. 원래 신는 건 그리쉬코 토슈즈인데요, 프리드는 더 약하고 부드러운 대신 제 발에 더욱 편하게 감겼습니다. 그런데 다소 빨리 무르는 토슈즈 앞코 때문에 연습 도중 엄지발가락에 큰 멍이 생겼어요. 하지만 토슈즈를 신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토슈즈를 더 오래 신을지 고민해 보았고 그 결과 여러 토슈즈를 번갈아가면 신고 하드너로 앞코를 칠해 딱딱하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이원겸 학생="맞아요. 컨템은 발레랑은 몸을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더 어려웠던 것 같고, 구르기 같은 동작을 할 때는 요령을 몰라서 멍도 많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특히나 현대 선생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셨고, 자꾸 발레 하듯 써지는 동작을 더 거침없이, 과감하게 표현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대 작품을 할 때는 감정까지 넣어서 몸짓과 표정을 함께 표현해야 작품의 느낌을 잘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서 점점 작품을 완성했던 것 같아요."

이시환 학생="저는 컨템에 큰 어려움은 없어서 클래식보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너무 길어진 터라, 여기까지 일단 싣고, 숨 고르기.


다음회엔 로잔 콩쿠르 현장에서 각 무용수들이 느낀 특별했던 점과, 반주 및 코칭의 특징, 이들의 앞으로의 목표를 게재할 예정.


모두,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되시길.



To be continued


By Sujiney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발레 해방일지 "실패를 잘 해야 성공한다"는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