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발레하는 여자야!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75회

by Sujiney

"발레는 차이코프스키 선율에 하는 유산소이자 코어 강화 운동에 자세까지 좋아진다니까." "몸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어."


발레를 '영업'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발레는 "보는 것"이지 "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나도 한때 그랬다. 발레는 예술이지 운동은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어느새, 발레라는 걸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뿐 아니라 많은 '발(레)메(이트)'들과 함께.

발레가 일상의 핵심이 되었다는 게 발레를 잘한다는 얘긴, 슬프지만 아니다. 발레를 하다보면 알게 된다. 세상사, 아니, 내 몸뚱이 하나마저 내 맘대로 되지 않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건, 축복이라 믿어보자. 그런데 대체, 왜, 우리는 발레를 왜 이렇게까지 좋아할까.


답은 역시 발레 클래스에서 찾아왔다. 한창 준비 중인 더시티발레의 내년 봄 공연. 신현지 선생님은 최근 우리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이 장면에선 존재감이 제일 중요해요. 군더더기 없이, 당당하게 나오세요. '나, 발레하는 여자야!' 이런 느낌으로요."
"제가 드리는 동작은 언어로 따지면 ABC입니다. 어떤 단어를 조립할지는 무용수의 몫이에요.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생각해봅시다."

그래, 발레는 결국 표현인 것이다. 단순히 근력 강화, 식스팩, 애플힙 만을 위한 게 아니다. 근육을 만들려면 사실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는 게 빠를 터다. 하지만 우린 굳이 발레학원에 온다.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페레데릭 쇼팽, 루드비히 밍쿠스 등등의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한 발레 음악을 들으며, 선생님들이 그날그날 주시는 일련의 동작을 수행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 모든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으니, 동작을 수행하는 것 이상의 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몇 가지 말씀만 복기해보면, K발레스튜디오 김광현 선생님은 "몸이 악기가 됐다고 생각해보라"고 하시고, 최시몬 선생님도 "음악을 몸으로 표현한다고 상상하세요"라고 하시며 더시티발레 이승용 선생님은 심지어 "음악 너무 좋죠? 가사 부르면서 해도 되니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세요"라고 강조하신다.




그래, 우린 단순한 운동을 넘어, 동작을 넘어, 스스로를 표현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신현지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의 이야기를 발레라는 언어로 치환하는 것.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단련할 수 있다니 발레가 어찌 아니 좋으랴. 잘하려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성장에의 첫걸음을 뗐다. 그렇게 믿자.


발레는 결국 언어. 나를 몸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언어이자 음악인 것이다. 지킬 것은 많고 힘들지만 때론 얄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선택한다. 발레하는 여자 or 남자이기를.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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