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76회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했고, 하는 중이다. 실수와 실패는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자 필수 재료다. 발레 클래스에서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하지만 솔직해지자. 그럴 때 있지 않나. 스스로 저지른 실수와 실패에 숨이 막힐 것 같을 때.
삶은 어쨌든 계속되고, 돈을 벌어야 공과금도 내고 발레학원비도 내기에 일상은 이어지지만, 가끔 느낀다. 나는 어쩌면 나를 믿을 수 없는 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내가 살아오며 자신만만하게 내렸던 중요한 판단들이 잘못이었기에 겪는 후유증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내가 나를 믿는 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게 아닐지.
그래서일까. 발레 클래스가 다정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구원인 것은. 발레 클래스는 실수와 실패가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새로운 테크닉이 나올 때마다, 아니, 알았다고 생각했던 테크닉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 통에 한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이곳에선 확신이 있다. 오늘의 실패가 있기에 내일 모레...는 너무 빠르고 다음달의 성공이 있을 수 있다고.
선생님들도 말씀하신다. 나를 믿어야 한다고.
에너자이저 이승용 선생님은 "자신감을 가져요, 발레는 기세에요!"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내가 나에게 자신이 없어서 쭈뼛쭈뼛할 때도, 선생님은 특유의 바이브로 "나이스!"라며 몸도 마음도 잡아주신다.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나를 믿어주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K발레스튜디오의 김광현 원장님은 바워크에서 한 발의 발끝으로만 올라서서 가만히 중심을 잡는 밸런스 순서를 주실 때마다 매번 얘기하신다. "확신을 가져, 확신, 확신!"
그래, 발레 클래스에서 불신은 독인 것이다. 나는 일상에서의 실패 후유증으로 발레 클래스에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차피 나는 전공생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하겠어. 안되겠지."
하지만 최시몬 선생님도 자주 말씀하셨다.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고.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누가 나를 믿겠"냐고.
내가 나를 믿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거늘 어찌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 문득 배우 앤서니 홉킨스의 아래 인터뷰 내용을 봤다.
"믿어요, 믿어요, 믿어요. 믿지 못하겠어도 믿는 척하는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믿는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해봐요. 믿어집니다. 그게 바로 힘이에요."
발레 선생님들부터 할리우드의 이순재 격인 홉킨스 배우까지 나더러 "믿으라"고 목놓아 외치는데, 한 번...믿어볼까? 속는 셈 치고 믿어볼 수도 있을까, 싶다.
"어차피 안돼"가 아니라 "안 돼도 어쩌라고"라고 마음을 바꿔보면 어떨까.
우선 당장 내일 발레 클래스에서부터 밸런스에 확신을 심어보자. 나를 한 번 믿어보자. 그래도 발레 클래스만큼은 열심히 해온 스스로를 믿어보자. 어찌보면 우린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스스로에게 잔인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채찍만 주지 말고 때론 당근도 주자.
스스로가 노력한 것은 인정하고 그 노력을 믿어보기. 된다는 확신으로 스스로를 확장해 나가자.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내가 너무 외롭다.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