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77회
부끄러운 고백 하나. 지난 몇 달 간 발레 클래스에서 한숨이 종종 나왔다. 발레가 싫어진 건 물론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실망해서였다.
발레를 제대로 시작하고 계절이 꽤나 지났건만, 나의 어깨는 아직도 치솟아 있고, 나의 쁠리에는 아직도 깊지 않고, 쁘띠는 여전히 땅에 눌어붙어있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 이것밖에 안 되다니.
생각은 체념으로 진화했다.
어차피 안 되겠지. 한계가 있는 거, 처음부터 알았잖아. 이번 생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될 수 없는 거 알았잖아.
슬펐다.
문제는 슬픔이 타협과 합리화의 재료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으니.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쁨이었거늘, 나는 나도 모르게 "나름의 최선"만 다하고 있었다. 오늘은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는데, 발레 온 게 어디야. 쁠리에를 더 깊게 누르고 싶지만 날씨도 춥고 발이 아직도 차가운 걸, 이따 깊게 누르자. 더블 턴, 돌고 싶지만 오늘은 왠지 다칠 것 같아, 등등.
핑계거리만 늘었다. 핑계는 다양했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이거였다.
어차피 안 될 텐데.
그런데 이 마음을 딱 들키고 말았다. 더시티발레 이승용 선생님의 토요일 L4 클래스. 선생님이 센터워크 아다지오에서 를르베 업 밸런스를 넣어주셨는데, 서긴 섰는데 약 0.04초만에 와르르 내려오고 말았다. 선생님의 코멘트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복기해 옮긴다.
"여러분, '안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요. 되요, 됩니다. 여러분이 하는 바워크를 제가 봤잖아요? 여러분들은 밸런스를 오래 서있을 수 있어요. 될 거라고 믿어요. 된다고 생각해요. 설 수 있다고 믿어요."
그 이후의 모든 순서에 선생님은 를르베 업 뿐 아니라 피케 업 밸런스, 랑베르세 등등 업으로 서는 모든 동작은 집어넣으셨다. 신기한 것.
선생님이 "서있어, 서있어, 서있어요"라고 외치자, 진짜 우리는 서있었다는 것.
"그봐, 되잖아요! 믿어야해요, 자기 자신을."
발레 선생님들은 마법사인가. 나의 "어차피 안 될 거야" 병을 정확히 파악하고 처방까지 바로 내려주는 고마운 분들.
선생님은 또 "몸을 바꿀 때, 습관을 고치고 싶을 때, 끝까지 한 번 밀어붙여봐요. 끝까지 해놓고 그 다음에 깎는 게 더 낫습니다. 처음부터 중간 정도만 해야지,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럼 오히려 잘 안 되요. 밸런스도 길게 잡는 걸 이제부터 디폴트로 하세요"라거나, "쁠리에를 지그시, 깊게 누르면서 호흡도 잊지 말아야 해"라고 해주심.
어차피 안 될 텐데라는 못난 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날. 자신을 다그치기만 했는데, 선생님의 애정어린 관찰력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로 위로를 받은 날.
어렵지만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자.
된다, 된다, 된다. 되고야 만다.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