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81화
태어나 처음으로 공연장이라는 곳에 갔을 때, 엄마 손 잡고 밟았던 붉은 융단의 감촉을 아직 기억한다. 세종문화회관이었다. 미취학 아동이었던 내게 그 계단은 유독 높고 멋져 보였다. 관객석이라는 곳에 처음으로 앉아 무대라는 곳을 본 그날의 기억은 강산이 몇 번 바뀌었어도 또렷하다.
그리고 2026년 1월 21일. 나는 그 무대에 서있었다. 서울시발레단이 마련한 특별한 기회, '그랑 발레데이'를 위해서다. 세종문화회관의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3000석 대극장 무대 위에 서있었다. 일명 '무대 클래스'를 위해서다. 무대에서 발레 바를 놓고 바워크를 하는 발레 클래스. 공연 당일 주로 진행이 되는 형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발레 슈즈를 신고, 레오타드와 스커트 등 발레 착장으로. 발레 클래스와 함께, 무용수들과 소감을 나누는 3시간. 꿈같이 흘렀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기만 해오다,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달랐다. 이렇게나 큰 극장이라면 객석이 잘 안 보이지 않을까 짐작했건만, 웬걸. 객석 하나하나가 다 보였다.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생애 첫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관람하던 내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던 공연들 -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장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카멜리아 레이디'를 공연했을 때를 포함해 매년의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등등 - 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객석에서 찬탄의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던 입장에서, 무대 위에 서서 객석을 바라보게 되다니.
세종문화회관에서 무대 클래스라는 것만으로도 감격인데, 이날 클래스는 무려 이상은 잉글리시 내셔널발레단 리드 수석무용수 겸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이 진행해주셨다. 게다가, 바워크 후에 레퍼토리, 즉 작품을 배워본 시간에선 이 브런치스토리에도 썼었던 요한 잉거의 '카르멘' 중 군무를 배웠다.
이날 플로어엔 스크래치가 가득했다. 아마도 강수진 등 유수의 무용수들이 이곳에서 무대 클래스를 하고, 무대에 서며 낸 자국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 스크래치는 우리들의 학원 플로어에도 가득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특별한 무대도, 우리의 일상인 발레학원의 플로어도, 똑같구나. 그만큼 일상에서도 최선을 즐겁게 다하고, 무대에서는 일상에서의 땀을 기억하면서 하면 되는 거겠구나.
무대라는 꿈에 이토록 가깝게 서볼 수 있었던 서울시발레단 그랑 발레 데이. 이렇게, 발레를 사랑하는 우리 취미발레인들뿐 아니라, 아직은 발레의 매력을 미처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기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꿈의 맛. 살아있어서, 행복했다.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