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82회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이나 하면, 아무 일이나 일어나버린다. 인생에서도, 발레 클래스에서도.
물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뭐라도 일단 열심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꾸준히 그리고 잘 하려면 '일단'으로는 부족한 때가 오고야 만다. 인생도 발레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므로.
그러다보면 솔직히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 왜 이렇게밖에 못하는 걸까" "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등등. 게다가 생업의 무게까지 더해지면 때론 기분이 태도를 압도한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슬금슬금 타협을 하게 되는 것. 발레의 핵심 가치인 항상성, 한결같음, 원칙, 절대성 등과는 대척점에 있는 생각들. 기본을 중시하는 발레가 그날의 기분에 좌지우지 되어버린다. 무서운 건, 그런 시간들이 몸에 쌓인다는 것.
이 맥락에서 최근 두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콕 박혔다. 블로그(연희동 기자리나)에도 일부 썼지만 좋은 건 또 복기.
K발레스튜디오 유회웅 선생님.
바워크 아다지오에서 알라스콩드로 데벨로뻬를 할 때였다. 코멘트 복기.
"여러분, 알라스콩드로 향하는 지점은 매번 항상, 같은 곳이어야 해요.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를 찍으면 안 되지요. 살짝만 틀어지는 게 대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매일 올바르게 같은 곳을 찍어야, 근육이 올바르게 쌓여요."
왠지 많이 찔렸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이 정도까지만,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더시티발레 곽다영 선생님.
"여러분, 되는대로 되는 파세 말고, 하고 싶은 파세를, 생각해서 해야죠. 가짜 쁠리에 말고, 진짜로 두 발로 바닥을 눌러서 축다리 골반을 확장하고 내 몸통의 기본을 지키면서요. 우리가 원하는,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그 파세를 해야 해요." 되는대로가 아니라, 해야 하는대로 해야 한다는 것. 나도 모르게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던 지점이 아니었을까.
쉽진 않다. 하지만 정확하게, 기본을 지키며 조금씩 가면 된다. 때로 힘들다는 생각에 압도당한다면, 그냥 생각을 말자. 마음이 아닌 몸을 써보자. 몸의 중심을 잡으며 내 몸을 느껴보자.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