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을 쌓아가는 시간, 발레 리허설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88회

by Sujiney

발레 클래스와 리허설은 또 다르다. 클래스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면, 공연을 앞둔 리허설은 나를 남에게 드러내는 시간이어서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을 위한 시간의 축적이 리허설이다. 이번 더시티발레 3회 공연의 리허설 과정에서 다양한 걸 배웠지만, 그중에서도 오늘은 이 말을 기록해두고 싶다.

"확신이 있어야 해요. 자기 무브먼트에 대한 확신."

공연의 표제작이기도 한 'Women in the City'라는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안무하고 지도해주시는 신현지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이 움직임으로 어떤 질감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할 것인지는 그 확신에서 나옵니다."

3월 22일 올리는 이 공연에서 선생님은 출연자 각각에게 솔로 무브먼트를 안무해주셨는데, 그 부분을 지도하면서 해주신 말씀. 처음엔 주어진 동작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 동작이 조금 몸에 익으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생각해봤는데, 뭔가 맞지 않았다. 여러번의 리허설을 거치며, 나의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잘 모르겠는 부분은 선생님께 물어보면서, 확신은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발레 리허설에서만 확신이 중요한 건 아닐터다.
일상에서도, 그 일상이 쌓여 빚어지는 인생에서도 그러하다.


By Sujiney


발레를 위한 진심을 담은 공간을 여러 발레인들과 나누기 위해 준비 중인 지금. 이 공간의 존재 이유엔 확신이 있지만, 이 공간이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은 확신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나를 압도하게 두지는 말자. 실수나 실패가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확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발레 리허설 과정이 알려줬듯, 확신이라는 건 처음부터 있을 수도 있지만, 차차 쌓아갈 수도 있는 거니까.

이 대목에서 신현지 선생님이 각자가 아닌 모두에게 준 무브먼트가 떠오른다. 희망에 관한 것. 저 멀리 있는 희망을 손으로 잡아 내 심장에 가져가는 느낌으로, 모두가 동시에 하는 움직임이다. 혼자서는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가도, 함께는 가능하다는 테마가 녹아있다. 평생 바위를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라고 해도, 여럿이 모이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테마.

일단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배우고, 만들어가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여럿이 모여 발레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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