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같은 순간에 찾아온다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라,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by 나로서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이상하게도 늘 같은 순간에 찾아온다.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아니라, 몸이 먼저 버텨내지 못했을 때다.


2024년과 2025년을 돌아보면,

내가 가장 흔들렸던 시기는 일이 어려웠던 때가 아니라 몸이 가장 지쳐 있었던 때였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라고 묻는다면 딱 하루를 고르기는 어렵다.

지나고 나니 감정은 흩어졌고, 기억은 옅어졌다.

그런데도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만은 또렷한다.


그때의 나는, 기존의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일은 계속 생겼다.

긴급한 일은 바로 쳐내야 했고, 실적은 늘 압박감과 부담이 되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어야 했다.


야근이 평일 내내 이어질 때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밤 9시, 10시.

씻고 바로 잠들고, 불안한 마음에 또 이르게 눈을 떴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지쳐 있는 상태였다.


남편은 한동안 매일 야근하는 나를 보며 "잠만 자는 아내"라고 했다.

저녁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서운함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카카오톡에는 참여자 연락과 지인 연락이 뒤섞여 쌓여 있었다.

안 읽은 메시지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알림을 끄는 쪽을 택했다.

모든 연락의 스위치를 잠시 내려두고 싶었다.


다운.

기분도 다운.

에너지도 다운.

모든 게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상태.


그때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걸까.'


이 생각이 지나가면 뒤이어 다른 생각들이 빠르게 따라온다.

이 일은 아닌 것 같고,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몸은 이미 지쳐 있는데, 마음까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찰 때 나는 한 번에 무너진다.


그때는 몰랐지만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피로는 쌓여 있었고, 그걸 무시한 채 버텨온 시간도 길었다.

몸이 먼저 약해지고 나서야 마음이 그 사실을 따라잡는다.

그 순간,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가장 또렷해졌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조금만 힘들어도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라기보다, 몸과 마음이 다시 그 지점으로 향하고 있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이걸 알아차린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 생각의 속도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게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년 12월,

이 일을 조금 더 해보기로 마음을 돌렸을 때는 오히려 의지가 가장 강해졌던 시기였다.

덜 바쁜 시간 동안 참여자 취업을 위해 움직였고, 하나둘 결과가 나왔다.

그때 나는 이 일이 나에게 보람을 주고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 시기에는 '그만둘까'라는 생각보다 '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더 앞섰다.

생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이 경험 덕분에 나는 한 가지를 보게 되었다.


나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보다

지금의 상태를 더는 유지하고 싶지 않을 때

가장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

'그만두고 싶다'는 말은 일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지쳐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신호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요즘은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이 일이 정말 아닌지를 묻기보다

지금의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

'그만두고 싶다'는 이 질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생각이 언제, 어떤 순간에 찾아오는지는 조금 분명해졌다.


이걸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나는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