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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Feb 24. 2022

오이도 이야기(feat. 기안84)

빨간 등대 터치하고 해물칼국수 고독과 함께 흡입하기

다음주부터 수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이제는 평일에 쉴 수 없다는 압박감은 나를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밀어 넣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양역을 향하고 있었다.


나혼자산다에서 기안84 오이도 빨간 등대까지 40여 킬로미터를 누런 잠바 하나 입고 뛰어서 갔다.

나는 비록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갔지만, 날씨가 엄청 추웠고 바람에 날아갈 뻔 했으므로 스스로의 마음만은 인정해 주고 싶다.


오이도의 '정동진'이라는 가게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왜 하필 오이도에 간 걸까.

스스로의 심리를 분석해보자면, 뭔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 같다.



며칠 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이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찾아가 뵙지 못하고 랜선으로만 언니(이모딸)에게 인사하고 부조금을 평소보다 조금 많이 보냈다.

언니로부터는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조금이나마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한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요즈음의 나는 살아가고 있다기보다는 뭔가 의무적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무엇이든 재미거리를 찾아내고 하고싶은 일이 넘쳐나던 본인은, 자신의 이런 모습이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고, 책읽고 글쓰고 남편이랑 놀아주고 친구 만나다보면 흘러가겠지. 


오이도 빨간등대까지 뛰어가서 터치를 하고 눈물어린 칼국수와 해물파전을 먹었던 기안84의 심정을 왠지 알 것 같은 쓸쓸한 나날이다.




생의 허무함에 지지 않기로 해 놓고 흔들려서 죄송합니다.

더 씩씩해질게요.



(해결책 중 하나: 행복한 척(내 자신에게) 하다보면 행복해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님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덕분에 얻은 꿀팁이죠. 오늘도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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