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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Apr 14. 2022

연어초밥 유감

그런 것(?)을 팔 수 있다니, 깜짝 놀랐다.

무신경함과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세는 이렇게나 위험한 것이구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원래 퇴근 후에 가는 초밥집은 화곡역 4번 출구에 있었다. 1~2주에 한 번씩 퇴근 후에 연어초밥과 카스를 마시며 피로를 푼다. 그 집은 엄청 맛집인 모양인지 먹고 있으면 계속 손님들이 와서 주문해 놓은 초밥들을 손에 들고 행복하게 가게를 나선다. 보고 있는 사람까지 무척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사건은 어제 일어났다(두둥~).

평소와 다른 길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던 나는 다른 초밥집에 들어가보기로 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에 있던 집(가끔 그쪽으로 가다가 본 사람이 많아 못 들어갔던)이랑 간판이 다른 것 같았는데, 어제는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으니 편히 먹을 수 있겠다(시간대 때문에 의심은 안했음)는 단순한 생각으로 쑥, 들어가고 말았다.



들어간 순간 느꼈다.

'음.. 왠지 쌈마이 같은데..'

'아니야, 나의 촉이 늘 맞는 것은 아니지. 일단 먹어보고 평가하자. 자리 배치가 4번 출구 초밥집 보다는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니까, 맛이 나쁘지 않으면 여기도 가끔 와야지.'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어린 여직원분이 나와서 메뉴판을 건넸다. 4번 출구 초밥집은 메뉴판을 아주머니가 주셨었는데.. 다시 한 번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며 직원들이 모두 어리다는 것을 눈치챘다. 친구들끼리 하는 가게인 가?



메뉴판을 형식적으로 살핀 후에 연어초밥과 카스를 주문했다. 시간을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체감으로는 5분만에 초밥이 나왔다. 또 느낌이 싸했다. 시간도 시간인데, 초밥 모양이.. 헉.



먹어보지 않아도 알겠다, 이 정도면. 냉동 연어를 쑹덩쑥덩 썰어서 밥을 대충 뭉친 후에 올려 놓은 느낌이었다. 연어에는 어떤 조리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 보니까 손이 많이 간 연어가 훨씬 맛있던데. 그러려고 돈 주고 사먹는 것이고.



입에 넣는 순간 젓가락을 던질 뻔 했다.



아.. 이 사람들(아이들?)은 장사를 모르는 구나. 이런 음식을 파는 것은 죄악이다, 라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다른 때는 심해도 '최악'정도). 게다가 맥주 또한 미지근했다. 된장국은 동네 분식점보다 못했고 락교(마늘처럼 생긴 동그란 녀석)는 처음 먹어보는 질김과 맹맛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들의 무신경함과 철없음에 분노(?)했다.



아직도 화가 난다. 소중한 시간과 재화가 날아갔고(가격은 3~4천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즐거운 기대와 소소한 행복은 깨져버렸다. 좀 과장하자면 울고 싶어졌다. 그 사람들 때문에 어제 그 순간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좀 우울했던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조금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의 강사 초창기 시절을. 그래, 뭐가 뭔지 모르고 하루하루를 넘겼던 시절도 있었지. 잘 할 때도 있었고 아니었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나에게 학교 선생님보다 잘 가르친다고 말해주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족한 점도 많았을 것이다.




어제, 시간과 돈을 날렸지만 얻은 것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행위들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다는 것.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해야 하며,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말했다. 자신은 사업에서 실패만 하면서 관련 책 한 권도 보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적어도 책 10~20권을 읽고 적용해 보고 나서 실패를 논하라고 말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앞뒤없는 뇌피셜로만 사업을 진행하는데, 재료가 흙인데 어떻게 좋은 요리를 할 수 있겠냐말했다.



재료가 흙, 이라는 표현은 꽤나 강렬해서 비문학을 읽기 귀찮을 때 떠올리고는 한다. 오랜만에 소설들을 보니 술술 읽혀서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물론 소설을 읽으면 인생을 배우고 감정이 정화된다([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불편한 편의점]은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뇌를 발전시키려면 심리학, 뇌과학, 마케팅, 철학, 역사,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한다. 읽기만 하면 안되고 아웃풋도 해야한다. 휘발을 막고, 지식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고 불편한 일은 확실히 인생에 도움이 된다.

불편한 책읽기를 하면 우리는 성장하고, 불편하게 강의 준비를 하면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며, 불편하고 귀찮게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면 먹는 사람은 더 행복해져서 그 식당을 열심히 드나들게 될 것이다.



어제 갔던 그 집의 청년들과 여직원 분도 그 사실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젊다는 것이 사람들을 불쾌하게 해도 된다는 은 아니니까.

정말로 요리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지만, 싸우게 될까봐 말하지 못했다.

나이 차이가 있으니 꼰대라고 생각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는 말해주겠지. 그런 용기를 가지신 분을 만나서 그 가게도 문을 닫기전에 변화하기를 바랄 뿐이다. 스스로도 더 성장했으면 한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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