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의 고흐는 우울증과 신경 쇠약 증세로 인해 남부 프랑스의 생 레미(요양원이자 수도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이 작품에서는 밝은 풍경 속에 서있는 죽음을 상징하는 삼나무가 특히 인상적이다(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천재성과는 다르게 작품의 목적이나 기능적 측면에 있어 꽤나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설정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그도 노력하는 천재였던 셈이다).
평생을 심리적 혼란속에서 고통받으면서도 그 고통을 양분삼아 수많은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위대한 화가. 하지만 나에게 고흐는 그냥 마음의 투영같은 느낌이 드는 작가이다. 빈센트 반 고흐나 에곤 실레 등의 화가를 보면 마음이 쓰였다.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처절함을 느끼면서 동화되고 치유를 받기도 했다. 사실 그림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정신적 동요가 심한 작품에 반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만남에는 작은 이해와 다독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