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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y 08. 2022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기도하면서 풀다

내 머리 어루만지기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에 다녔다. 그리고나서는 가끔 나를 깨워주실 교회와 목사님들을 조금 찾아다니다가 포기하곤 했다. 나에게는 굳은 믿음이 없었다. 그냥 그 공간에 가서 따라서 기도하고 믿음을 가지려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영적인 믿음이 없었던 것이다.


얼마전에 둘째이모께서 돌아가신 일로 사촌 언니를 만나게 되었고, 전도사의 직분을 가진 언니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동하지 않던 마음이 움직여서 자발적으로 [매일성경]이라는 두달에 한 권씩 성경을 묵상하는 책을 사서 매일 새벽에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12일이 지났다.


책을 4월 하순에 샀기 때문에 이미 5월 12일까지 진도가 나가있는 상태다. 그리하여 역순으로 계산해보면 나는 성경읽기를 4월 27일 수요일에 시작한 셈이 된다. 달력에 따로 표시를 해 놓지 않았지만 맞을 것이다. 4월 23일 토요일에 언니를 만났고, 언니네 집에 가서 언니의 [매일성경]을 보았고, 그 안에 언니가 줄치고 적어놓은 묵상과 기도 글들을 스치듯 보았고,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삶의 공허함을 신께 기대어 해소하는 것이 너무 비겁하다고 생각해왔기에 무교로 아주 오랜기간 살아왔다. 지금도 내 안에 뜨거운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언니말대로 무작정 그냥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있다. 그냥 한번, 해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그 효과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1. 그 안되던 새벽기상이 된다.

처음에는 성경읽는 아침시간이 계속 바뀌었었는데, 4일차인가 5일차부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 들쑥날쑥함이 거의 없어졌다.


2. 금주를 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2, 3일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에 금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사촌언니가 나를 전도하기 위해 술을 먹지 않았다(우리가 만난 날에)는 말을 듣고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었다. 그리고 그 전부터 금주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왔다. 언니는 나에게 주님의 뜻을 전하려면 오늘은 술은 먹으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고, 결국 우리는 와인 대신 포도주스를 마셨다. 그 포도주스가 결국은 나의 금주를 촉발시켰을 수도 있다.


3. 상처를 치유받는다

회사에서 팀장님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다음주부터 새로운 팀장님이 출근을 하신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상처를 받았다. 본인이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나의 마음에는 깊은 자국이 남게 되었는데, 그 여림을 스스로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어루만지며 기도하면서 치유받았다. 머리는 조금 아프고 안압도 여전히 좀 높지만 그래도 무언가가 해소된 느낌이다.


4. 미뤄왔던 목표를 되새기며 나아간다.

매일 기도제목을 쓰면서 기도하다보니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행해가고 있다. 한없이 게으른 나라는 사람도 손으로 구체적으로 만져지는 행동을 더 쉽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다. 작은 기적이라는 것이 또 이렇게 일어난다. 어느 분 말처럼 사실 일상(의 유지)이 기적이다.


기도의 소제목은 어느새 늘어 11가지가 되었다.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말씀대로 살아가고 싶다. 허무함을 상쇄하는 신앙 활동이 너무 비겁하다 여겨왔는데, 이제는 좀 비겁하더라도 따뜻하게 살고 싶은 것 같다. 앞으로의 행보는 확언할 수 없지만, 이 자궁과 같은 물속에서의 삶을 좀 더 살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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