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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Apr 17. 2022

단군신화 따라하기

남편, 고마워

단군신화에서 곰은 동굴에서 100일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버텨서 사람이 되었고, 사람으로 현신한 환웅과 결혼을 한다.


본인은.. 결혼을 한 후 사람이 되었고, 그 부분은 남편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 점점 사람이 되어가서, 요즈음은 둘 다 꽤나 칭찬도 듣고 있다.


남편 덕분에(?) 근 5년을 피눈물을 렸지만, 그만큼 더욱 성장했다.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은 인간을 나아가게 한다.

칼이 벼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달구어진 쇠는 망치질에 의해 강해진다.

사람 또한 그러하다.


생각해보면, 겁없이 남편을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 내내 내 가슴을 후볐던 엄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많고 나약하고 어리석고 이기적이었다, 그 사람은. 그리고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 나와 같았다.


나는 늘 남편에게 말해왔다.

못된 척 좀 하지 말라고.

넌 좋은(따뜻한) 사람이라고.

넌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고.

너 자신을 믿으라고.


그렇게 계속 세뇌('믿음'이라는 아름다운 언어도 있다)를 시켰더니,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결혼 전 9년, 결혼 후 8년 정도 걸렸다). 이쯤에서는 스스로의 끈기도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선물을 받았다.

아까 말했듯이, 남편 덕분에 사람이 되었다.

더이상 가위에 눌리지 않고, 가슴 통증과 심할 때는 숨을 잘 못 쉬는 증상에서도 벗어났다(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횟수가 현저히 줄더니, 몇 년 지나자 아예 없어졌다),




결정적으로 그는 나에게 지적질을 잘했다.


넌 그게 문제야, (회사 안 갈 때)집에만 있는 거.

책만 많이 읽지, 적용이 안 되잖아.

(사실 청소와 정리 문제로도 많이 싸웠는데, 내가 조금 나아지고 그가 많이 포기하는 정도로 타협을 봤다)


헉, 아픈데 부정할 수가 없다.  


결혼 초기, 순조롭지 못한 결혼 생활로 인해 그렇않아도 좁은 인간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그러면서 바닥을 보아야 알 수 있다던 그들의 민낯을 봐버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생을 배웠고 삶을 알았다. 그리고 힘든 사람들을 대할 때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저마다의 역사가 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발버둥쳤을 테니까.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행불행은 관계에서 오는 것 같고(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는 전제 하에서), 관계를 원활히 하려면 주변인들과 소통을 잘 해야한다. 소통을 잘 하려면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춥고 외롭고 저마다의 전쟁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응원해주면 힘이 날 것이다. 그들이 따뜻해지면 나도 그 온기를 나누어 받는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남편은 본인이 먼저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서 나도 그러기를 바랐다. 너의 성향은 알고 있지만, 조금씩은 달라져보라고.


그리하여 닫았던 마음을 열고, 사회와의 소통 기회와 방법을 늘려가는 중이다. 더 많이 웃고 이야기 나누게 되었고,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고 귀를 기울인다.


결국 사람이 된 곰 두마리는 아직 잘 살아가고 있다. 소통 가능하여 기쁘고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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