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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Apr 16. 2022

나의 부동산 매수기

몇 가지의 조건과 과정, 타이밍, 시크릿

우리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집 구매에 성공했다. 2021년 11월에 계약하고 12월 10일에 잔금을 치뤘다. 그 때의 보금자리론 금리는 3.01 정도였다.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진 것이지만 이 정도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럼 게으른 인간이 어떻게 집을 구매하게 된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자기계발과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유튜브 덕분이었던 것 같다.


신사임당-라이프해커 자청에서 시작하여 이리저리 흘러가며 여러 채널을 섭렵했다. 신사임당님을 따라 스마트스토어도 해보았고, 자청님을 따라 22전략(2년동안 하루 2시간씩 비문학책을 읽고 내 생각을 아웃풋하며 판단력 기르고 성장하기)도 시도했다. 자청님의 영향은 컸고, 그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열등감에서 벗어나 한 뼘만큼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던 즈음, 유튜브 '월급쟁이 부자들' 이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세 분 중에 너나위(너와 나를 위하여)님의 나즈막하고 안정적이며 신뢰감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재미진 목소리와 발언들에 홀려서(?), 그의 책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를 사서 열독했다.


지독한 그의 임장(부동산 구매를 위한 현장조사)기를 보며 큰 감동을 받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모습에 정신이 번쩍 했다. 한없이 게으른 스스로를 책망하며, 리스크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새겼다.


집을 사는 과정은 생각보다 무척 번거롭고 복잡했고 어려웠지만, 그냥 현상(?)이라고 생각될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집을 찾고, 계약을 하고, 중도금을 치루고, 잔금을 면 끝이었다. 그러면 그냥 그 집은 내 명의가 되는 것이고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그 사이에는 물론 다른 우여곡절(대출과 세금 관련)이 많았지만, 꾸역꾸역 억지로 진행하다보면 나라는 어줍잖은 인간도 해낼 수 있을 만큼의 고생만 하면 집을 살 수 있었다.


본인이 생각했던 집의 조건은 이랬다.


1. 거실과 부엌(with 식탁 놓을 공간)이 넓어야 한다

2.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3. 지하철역 도보가 가능해야 한다

4. 깨끗, 단정, 조금 세련되어야 한다.

5. 주차가 최소 1가구 1주차여야 하고 병렬식이면 안된다.

6. 아파트여야 한다(한 동 짜리여도)

7. 엘베는 기본

8. 첫눈에 꽂혀야 한다.

9. 부동산은 길게 보면 우상향이지만 단기간적으로는 조금 빠질 수 있으므로 영끌하면 안된다. 골이 오는 구간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9번이었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단기간적으로 둘 중 한 명의 수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괜찮을 것, 그리고 은행에 들어가는 원금과 이자 때문에 심히 쫄린다, 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을 생각이 없는 우리(게다가 아이도 없는 무자녀 부부입니다)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너무 올라버린 집값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단지 아파트를 포기하고 2018년에 지어진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 집을 계속 보는데, 마음에 들지 않다가 맨 마지막에 발견한 집을 들어서자마자 우리집임을 알았고 바로 다음날 계약을 했다. 사실 이 집은 부동산 사장님이 아닌 스스로 찾아낸 물건이다(너나위님 책에서 네이버 검색으로 집을 찾으시는 것을 보고 따라했을 뿐이다. 새벽에 먼저 가서 위치와 외부만 훑어보고 왠지 느낌이 좋아서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느 분(?)이 우리를 이끌어주신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강한 힘에 의해 움직였다고나 할까. 하긴, 그 당시에는 갑자기 부동산에 꽂혀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주는 절박감에 상당히 쫓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꽤나 고생하기는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득하게 느껴지는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몇 개월 안 지났는데도 이 집은 아주 오랜기간 함께한 친구같은 느낌이다. 이제 겨우 마련한 베이스 캠프에서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라면 거짓말이고, 비교적 편리하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부동산을 구매할 때는 자금에 여유가 아주 많지 않은 이상,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파악은 직업 선택을 할 때처럼 중요해진다. 우리는 다른 이의 시선보다 우리의 삶의 질을 택했다.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단지 아파트가 아닌 것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 집이라도(?) 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있다. 10년 후에 이 집 팔고 시골로 내려가자는 말도 우스갯소리로 하곤 하지만, 그것은 그때 가 보아야 알 일이다. 친구나 모든 인프라가 여기에 있기에, 이동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과 편의시설의 가까움도 중요할 것 같다.


안양역과 명학역 사이에 있는 우리집 식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많은 이들의 건투를 빈다. 다른 분들은 나만큼 눈물 안 흘리셨으면 한다(여러가지 의미로). 또한 계속 끊임없이 말하고 또 말하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 시크릿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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